2025.07.19(토) 18:15
헌데 이런 비슷한 경우가 일본에서 일어났다. 얼마전 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발굴단장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일본은 세계적인 망신을 사야했다. 사건은, 70만여 년 전의 구석기 문화가 존재했음을 증명한 미아기 현 가미타카모리 유적의 출토석기가 조작임이 밝혀졌다. 약 60만년 전 원인(原人)의 건물터로 보이는 주거의 흔적과 70만년 전의 석기 등을 발견했다고 하여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게재되었던 가오타카모리 유적이 사실은 한 발굴단장의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독학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다가 발굴에 뛰어든 후지모리는 발굴단원들이 모두 피곤해서 잠들어있을 때 석기를 슬며시 묻고 곧바로 다른 발굴 팀이 발견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의 구석기 시대 연구에 한 획을 긋게 했던 후지모리의 발굴이 조작이었음이 밝혀진 것은 그의 발견이 너무나 기적과 같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는 전기 구석기 문화가 없었지만 후지모리가 연이어 발굴에 성공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일본의 역사시대가 13만여 년(중기 구석기 시대)에서 70만 년 전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는 발굴 초기에 4만여 년 전의 석기를 발견하여 일본의 고대사를 바꾸어 놓은 것은 물론 발굴할 때마다 일본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워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발굴품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수집한 석기들을 몰래 땅에 묻었는데 서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2개의 석기의 단면이 딱 맞아떨어지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의 발굴 실적이 너무나 좋자 이상하게 여긴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발굴현장에 자동카메라를 설치했다. 신문사측의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후지모리가 새벽에 가미다카모리 유적 발굴 현장에서 땅을 판 뒤 석기를 묻은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우선 흙으로 구멍을 판 후 주머니에 들어있던 유물들을 꺼내 쏟아 붓고는 그 위에 흙을 덮고 흔적을 지우기 위해 땅을 발로 밟았다. 후지모리는 1981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전기 구석기 유물을 출토한 뒤 10여 곳의 유적에 예외 없이 같은 조작을 자행했다.
그의 조작이 탄로남으로써 개인적으로 고고학 협회에서 제명된 것은 물론 일본에 전기 구석기 시대가 존재한다고 게재한 역사교과서들이 관련 유물에 관한 내용을 전면 삭제하였고, '구석기 고고학 사전'을 비롯한 각종 연감, 사전들도 해당 기술을 삭제하여 개정본으로 발간했다.
후지모리가 이런 조작을 자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명예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본질은 일본이 고대문명의 한 발상지라는 사실을 꿰맞추고, 이로 인한 일본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그런 주장들을 제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자의적이고도 편의적인 해석으로 주변국의 역사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억지를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의 야만,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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