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의해 체포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소재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뒷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후세인은 쿠르드 족 말고도 국민을 10만명 이상 살해했고, 해외에 빼돌린 은닉재산만도 4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는가 하면, 체포될 때는 미군에 침을 뱉었다가 얻어맞았다고도 한다.
영국 일요신문 선데이익스프레스 인터넷 판은 후세인은 미군에 체포되기 전 이미 쿠르드 족에 의해 구금된 상태였으며, 약물이 투여된 상태에서 버려져 있다가 미군의 손에 넘겨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데이익스프레스는 익명의 정보관리 말을 인용해 사담 후세인이 알자브르 족 요원의 배신으로 쿠르드 애국전선에 넘겨졌다고 전하고, 문제의 요원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에게 성폭행 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배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익명의 전 이라크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 이라크 전쟁 중 미군의 편에 섰던 쿠르드 애국전선의 지도자가 후세인을 감금한 채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으며, 협상 내용에는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쿠르드 애국 전선이 정치적 혜택을 얻는 것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독재자 후세인의 말로가 쿠르드 족 복수의 칼날에 무참히 짓뭉개져 버린 것이다.

본디 '복수는 개인의 일이며 벌은 신의 일이다'(빅토르 위고/사형수 최고의 날) '복수의 폭력은 현실적으로 일어난 일을 마술적으로 원상복귀 시키려는 비합리적인 기능을 갖는다'(에리히 프롬/인간의 마음) 이처럼 인간 세상에서 복수의 치명성을 경계하는 잠언과 격언은 무수히 많다. 허나 후세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선정을 펼쳤다면 잠언과 격언이 나올 수 없다. 뿐만아니라 '타인을 손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는 복수를 겁낼 필요가 없을 만큼 통렬하게 가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의 일갈도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경구는 복수의 욕구를 참는 것이 보통사람에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이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입었을 때 복수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영역이다. 이슬람의 경전 코란이 "복수하고 싶을 때는 모욕만으로 끝내라"며 카타르시스를 허용하는 것을 곱새겨 볼 필요가 있다.
2002년 4월12일 외신은 워싱턴 포스트 지의 기자였던 로라 블루멘펠트의 수기 '복수, 희망의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타전한 바 있다. 1986년 그녀의 아버지는 이스라엘 방문 중 팔레스타인 청년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 복수심에 불탄 그녀는 신분을 숨긴 채 범인과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으나 진정한 복수는 범인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에 범인의 가석방 탄원서를 제출했고 가까스로 살아난 아버지와 함께 사건 후 16년 만에 범인의 가족을 방문,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용서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핍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희망의 스토리'는 보복의 악순환을 근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복수로 인한 업(業)을 짓지 않고 해방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원한관계에서 드물지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 기강을 훼손하고 선량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는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나라의 운명은, 혹은 대중의 위기는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의 판단착오와 탐욕으로부터 빚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숱하게 보아왔지 않던가. 작금,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최고위층 측근들의 부패사슬 연루 의혹을 지켜보면서 문득 '복수를 겁낼 필요 없이 통렬하게 가격하라'는 마키아밸리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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