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가 포옹하는 흔적이구나
수억 년을 짓밟아도 끊이지 않는 노을의 줄넘기
아기구름이 고무줄인양 당겨보지만
자는 듯 누워있는 과묵한, 너의
끈질긴 목숨은 어디가 시작과 끝인지

파도의 얼룩들로 얽혀 있는 너에게
풀어진 바람의 상처가 걸터앉아 울고
어둠을 여는 예배당 종소리가 부딪혀 울고
간혹 백갈매기도 곡예를 하더구나

너의 끄트머리 한두 뼘 잘라주렴
이마에 한 줄의 그리움으로
질끈 동여 메고
조막만한 섬 하나 훔쳐 베게삼아 누울란다.


<해설> 바다 끝에 걸린 수평선은 미지의 세상이다. 저 너머에 그리움의 대상이 있을 것만 같다. 시인은 조막만한 섬 하나 훔쳐 놀이터 삼아 동경의 마음으로 상상해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약력> 본명 이근자, 전국 국민의 시 공모 대상, 가정의달 효사랑 시 공모 대상, 2018년 국제PEN 올해의 작품상, 시집 ‘허공을 마시다’, ‘섬하나 베개 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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