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간오페라단이 진행하는 정기공연을 위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단체는 1982년부터 매년 클래식 오페라부터 창작 오페라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단연 지역 성악가들이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으로 특수한 팬데믹 상황이지만 단체는 조심스럽게도 공연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관계자는 여기에 두 가지 이유를 댔다. 38년여간 지속해 온 공연을 한 해도 거르고 싶지 않았고, 지역 오페라 가수들의 숨통을 트여줄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 성악가들이 설 무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이들 또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낮은 취업률을 탓하며 몇몇 사립대에서는 음악학과를 폐지하고 있어서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지만 지역에서 순수예술을 하며 버티기는 참으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시립예술단 8개 단체 중 유일하게 예술감독 없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지난해 말 임기만료로 오페라단의 예술감독과 무대감독, 음악담당자를 해촉한 후, ‘작품중심제’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페라 전문가가 아닌 회관 측에서 자체적으로 기획공연의 틀을 짜고, 주먹구구식으로 단발적인 공연만을 올리겠다는 거다. 이에 대해 회관 측은 감독·가수의 객원 선임을 통한 제작 예산 절감, 광주성악가들의 시립오페라단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작품중심제’를 택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문화 전문가로 선임된 첫 개방형 관장이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단체의 비전을 설계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예술감독이 없으니, 향후 오페라단이 사라진다고 한들 누구를 탓할까. 어렵게 생겨난 오페라단이 없어진다면 비난의 화살은 애초에 못 지켜낸 지역 성악가들의 몫인가.

차세대 성악가들이 설 자리도 없는 상황에서, 오페라단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페라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광주시의 인식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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