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겨울 날 병풍산 기슭
적송들은 도톰한 의복에
아기 재롱을 보며 웃음소리
창호지 밖으로 쏟아진다.

증손 4대가 너럭바위 틈새
긴 뿌리 내리며 노적봉 쌓아둔
솔 향기는 오고 가는 길손
마른 입술 적셔 주어 고단함 녹여 준다.

누런 얼굴이며 체형이
예술 작품으로 되기까지
비옥肥沃한 땅 내어 주고
평소 소박한 밥상이었다.

맨몸뚱이로 오돌오돌 겨울 채비한
이웃 나무들은 화려한 옷 벗고 난 후
소나무밭에서 마시고 유희를 하여도
멸망하지 않는다고 수런거린다.

소나무 뿌리는 폭풍이 몰아쳐도
등산객이 걷고 또 걸어가도
코끼리가 밟아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만 흐른다.


<구판순 약력>
▲ ‘문예시대’ 시, ‘대한문학’ 수필 등단
▲ 광주시인협회 작품상 수상(2013)
▲ 징검다리수필 회장, 화순문학 회장
▲ 저서 ‘어머니의 지팡이’
▲ 화순군청 퇴직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