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위 행위 등으로 지탄을 받아온 광주 북구의회가 자정의 노력으로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청렴한 자세로 의정활동을 수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의원 개개인에게 배정되는 ‘재량사업비’를 의원들의 손으로 폐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량사업비란 기초의원이 희망하는 사업에 쓸 수 있도록 배정된 예산으로, ‘포괄 사업비’나 ‘주민 숙원 사업비’로도 불린다. 주로 공동주택·경로당·복지관 시설 설치·보수와 환경 개선, 비품 지원 등 해당 의원 지역구의 소규모 사업을 추진하는데 쓰인다.

엄격하고 투명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편성·집행되는 일반 예산과 달리 견제가 허술하다 보니 의원들의 ‘통치자금’이자 ‘쌈짓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행부와 의회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 수단 중 하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같은 지적은 북구의회 A 의원이 해마다 집행부로부터 6천만원의 재량사업비 용처를 써낸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현행법상 예산의 편성과 집행 권한이 없는 의원 개개인 재량에 맡겨진 탓에 불법성 관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결국 예산 편성부터 업체 선정에 이르기까지 의원들이 자유롭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만하게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심지어 재량사업비를 어디에 사용했고, 얼마를 썼는지 등 사용 내역을 확인할 방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예산은 그 사업의 분야, 목적, 용도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도록 편성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주민숙원사업 해결을 명목으로 사용되는 재량사업비가 정당한 목적으로 집행된다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앞서 북구의회는 의장단 회의를 열고 재량사업비 존폐여부를 논의했으나, 존치시키기로 결정했다. 재량사업비 폐지가 어렵다면 사업내용과 예산을 공개해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 정의가 살아있는 건강한 의회상 정립에 힘을 쏟길 바란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