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하기 쉽지 않은 요즘, 언젠가 지인들과 떠난 제천 여행이 그리워진다. 성하(盛夏), 목청이 터지라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들으니 그날도 더울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풀벌레의 오케스트라가 더해지며 나무가 진한 초록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숲속에 지어진 방갈로에 머물렀다. 건물은 널찍한 복층으로 여자들이 1층을, 남자들이 2층을 썼다. 잠을 자지 말고 이 밤을 찢어버리자 그리 약속했건만 4시간 운전에 지친 나는 슬그머니 1층으로 내려가 자리에 누웠다.

제천 시티투어를 신청해 조식을 마친 후 버스투어에 나섰다. 도시에 특별한 옷을 입히는 것은 ‘문화해설’인 것 같다. 편안한 인상에 상냥한 말솜씨를 지닌 50대 후반의 문화해설사, 그녀가 없었다면 교동 민화 마을도,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의림지도, 제천의 전통시장도 건성건성 스쳐 갔을 터였다. 의림지가 호수 옆인데도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진흙 다지기 공법으로 축조된 때문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비로소 아름드리 소나무가 호수를 감싸며 비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나무는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 특별히 관리되고 있었다. 제천의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 중의 하나로 연인들은 꼭 한번 이곳에 온다고 했다.

제천 전통시장에서 콩국수로 점심을 먹은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러 비로봉으로 향했다. 1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청풍호를 안고 고즈넉이 앉은 제천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멀리 첩첩이 겹친 산들이 이곳이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알려주었다.

문화재 단지는 가족과 놀러 와 느긋하게 쉬고 싶은 곳이었지만, 35도라는 한낮의 더위에 그늘만 찾아 들었다. 오후가 되니 아침나절의 생기를 찾기 힘들었다. 여름 상추처럼 축 처진, 딱! 그때, 시티투어가 끝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집으로 가는 길처럼 가볍기만 했다.

저녁 식사로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깊은 산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정담을 나누며 먹는 고기 맛은 숯불이 아니어도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산이 크레파스로 그린 듯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더니 하늘이 차츰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하나 둘 별이 돋는 선선한 여름밤, 우리의 우정도 숯불처럼 환하게 타올랐다.

돌아오는 날도 매미가 치열하게 울어댔다.

“매미가 왜 저렇게 우는지 알아?”

“종족 번식.”

“아니야, 하나님이 명령해서 저리 우는 것이야.”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리라. 태어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기르고, 직업을 가지고,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召命)’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칩거하는 요즈음, 나무 그늘에서 들리는 선유가(船遊歌)에 옛 생각이 간절하다. 목청껏 부르는 그 노래에 하늘도 마음을 돌리시기를 두 손 모아 바라본다.

<강은희 약력>
▲대한문학 수필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무진주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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