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화)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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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강점으로부터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이어진 가혹한 독재를 겪었던 슬픈 백성의 나라. 겨우 1990년대 초반부터 적어도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바로 그 나라가 현재 역사적으로 단군 왕검이 조선을 개국한 이래 국제사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매해 신기록을 갱신해 가는 흑자 수출경제지표, BTS, 블팩핑크,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드리마 오징어게임 등 세계문화의 중심에 우뚝 선 한류에 대한 내외신의 보도는 이미 일상이 되어 이제 더 이상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부터 한국이 이렇게 부유하고 멋진 나라가 되었던가? 1970년대 초까지 필리핀보다 낮은 경제력을 가졌던 그 나라와 같은 나라인가? 2021년에는 1인당 GDP가 3만5천달러로 세계 9위인, 그야말로 ‘눈떠보니 선진국’된 그 나라가 정말로 맞는가?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은 평가대상 141개국 중 세계 13위의 국제경쟁력을 지닌 선진국으로 평가되었다. 한국은 다양한 평가 항목 중 특히 인프라, 시장 규모,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교육 수준에서 최상위의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작년 6월에 스위스 세계경쟁력센터(WCC)가 발간한 ‘2021년 IMD 국가경쟁력 연감’에서 한국은 64개 조사대상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6위, 일본은 31위를 기록했으니 이제 한국이 일본보다 국가경쟁력에서는 앞서는 셈이다. 그뿐이 아니라 세부 항목을 들여다 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2021년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발표한 국가번영지수(Property Index)에서 조사대상국 167개국 중 한국은 29위를 차지했다. 레카툼 지수의 개별 항목 중 한국은 보건에서 4위, 경제의 질에서 10위를 받아 보건의료 수준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며, 경제적 성장에서의 약진을 체감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에 뒤쳐진 29위의 번영지수보다 특별히 눈여겨볼 항목이 있다. 바로 교육수준 2위라는 최상위의 평가와 139위라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항목이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교육수준과 사회적 자본에 대한 평가지수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 참고로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존중, 협력’과 관련된 무형의 자산을 의미하며, 사회적 자본이 낮은 사회나 국가는 구성원들이 탐색과 불신으로 인한 에너지소모가 많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그런데 한국이 얻은 최상위의 보건의료 수준과 경제의 질, 그리고 2위의 높은 교육수준에 대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자본에 처참한 평가결과는 놀랍지 않은가? 왜 우리는 세계 최상위권의 높은 교육수준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받으면서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일까? 과연 신뢰와 존중, 그리고 협력을 못하는 것은 어디에서 유래한 문제인가? 교육인가, 아니면 한국인들의 고유한 특성인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이 중차대한 문제의 열쇄는 교육에 있다. 교육은 국민처럼 통째로 있는 것이 아닌 추상적인 용어이지만,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서열화, 계급화, 차별화, 경쟁을 조장하는 반인간적, 반교육적 현실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그 대신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를 갖도록 돕는 교육,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애를 중심으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 그리고 보다 전면적으로 창의융합적 상상력을 돕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구조와 교육현장에 산재한 수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교육을 실현하고,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한 교육을 하려면 첫단추를 새롭게 끼워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서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 새 정부는 배려와 협력으로 서로 신뢰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혁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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