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참여했던 경찰들을 향해 버스를 몰고 돌진해 숨지게 한 버스 운전 당사자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경찰 묘역을 참배하며 사과를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날 경찰 유족과 가해 당사자의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마련했다./연합뉴스

“이번 사과와 용서의 만남이 끝이 아닌 순직하신 경찰관들과 부상한 경찰관들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의 시작이 됐으면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던 경찰을 사망케 한 당사자가 42년만에 유가족에게 용서를 빌었다.

19일 국립서울현충원 경찰충혼탑에서 5·18조사위 주관으로 열린 ‘사과와 용서, 화해와 통합’ 만남의 장에는 당시 고속버스를 몰았던 시위대 운전사와 이로 인해 사망한 경찰관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1980년 5월20일 야간에 당시 고속버스 운전기사였던 A씨는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막기 위해 진압대형을 갖추고 선 경찰들을 향해 고속버스를 몰고 돌진했다.

이 탓에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사망했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던 조사위는 사망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 양측의 상호 만남에 대한 의사를 확인했고 이번 만남의 시간을 주선했다.

그 덕에 4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A씨는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무거웠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 유족들도 사과를 받아들이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

또 재조명되지 못했던 사건의 당사자들이 자리하며 가진 사과와 용서, 화해의 시간 덕에 80년 5월 순직경찰의 명예회복을 위한 발판도 마련됐다.

이날 경찰 유가족 대표는 “한 가정의 가장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위진압 작전 도중 고속버스에 압사해 순직했지만 국가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맘속으로 묻어둔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꺼내고 당사자에게 사과 받고 용서하는 자리를 갖게 돼서 한결 나아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가족은 “이번 사과와 용서의 만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상당하고, 순직하신 경찰관들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작이 됐으면 한다”며 “조사위가 피해 경찰과 함께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5·18조사위 안종철 부위원장은 “이번 만남의 시간을 위해 쉽지 않은 발걸음을 해주신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유가족의 심경을 충분히 헤아려 순직한 네 분과 부상한 피해 경찰관들 모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조사위가 그 중심에서 경찰 가족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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