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4(금)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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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천에서 철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덕월동∼순천역) 때문이다. 국토부는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따라 경전선(삼량진∼광주송정) 전 구간을 전철화하고 있다. 순천∼삼량진 구간은 거의 완성됐다. 사업을 하지 못한 마지막 남은 구간이 순천∼광주송정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 구간을 전철화하면서 순천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을 다른 곳으로 이설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순천시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토부 처사가 형평(衡平)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경전선 전철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은 모두 우회시켰다. 마산과 진주와 광양이 그랬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시행될 순천∼광주송정 구간에서 보성과 나주도 우회하는 신선(新線)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은 예외였다. 1930년에 건설돼 90년 넘게 사용한 도심 통과 노선을 그대로 재사용한다니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시민들이 순천을 유독 차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까닭이다.
순천이 형평에 어긋나는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됐다. 정치적 합작품이니 그렇다. 전남에서 철도 신설은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기가 난망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치적 입김으로 2000년 보성∼임성(목포) 간 철도 건설이 확정돼 목포∼부산 간 철도 연결이 가능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이 순천∼광주송정 전철화 사업을 추동했다. 2018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지만 2019년 재조사 문턱을 넘었다. 이 과정에 호남 역차별이라는 정치적 주장과 논리가 들어갔을 것은 뻔하다.
사실 순천∼광주송정 전철화 사업보다 순천∼보성 전철화 개량화 사업이 우선순위였다. 하지만 정책수립 관계자와 부처의 판단 착오로 앞뒤가 뒤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어떡하겠는가. 전남에서 철도 신설은 모두 경제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었으니 말이다. 국토교통부 고민도 이 대목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순천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은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존 노선 재활용은 요즘 철도 건설 트랜드와 맞지 않다. 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이설한 사례는 많다. 광주광역시 도심 구간(효천역∼광주역) 이설을 비롯해 경의선(가좌역∼용산역), 중앙선 안동역, 태백선 영월읍 구간 이설 등이 대표적이다. 경전선에서도 마산 진주 광양 도심 구간은 우회하는 신선을 만들었다. 순천에는 최신 트랜드를 적용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둘째, 도심 통과 노선은 도시 공간구조를 불균형하게 만든다. 현재 시가지는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구분돼 있다. 동천을 중심으로 서쪽 구도심은 쇠락하고 있다. 여수와 광양 방향인 동남쪽 신도심은 수도권 신도시를 방불케 한다. 그런데 구도심을 통과하는 철도가 구도심을 남북으로 분리시키고, 신도심과 연결을 단절시키고 있다. 만약 도심 통과 노선이 존치된다면 순천의 공간구조는 더욱 왜곡돼 구도심과 신도심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셋째, 순천이 지향하는 도시비전과 부합하지 않다. 순천은 지방소멸에 직면한 우리나라 중소도시 중 유일하게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순천은 전남 동부지역의 역사적 중심도시를 넘어 우리나라 ‘생태수도’ ‘전원형 정주도시’를 지향하는 시정(市政)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이 생태적 명소가 됐다. 순천의 지속적 도시성장은 쾌적한 정주공간 조성 여부에 달렸다.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는 이런 순천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낭보가 들렸다. 지난달 28일 광주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경전선 순천 도심 통과 문제에 관심을 표하면서 물꼬가 터질 조짐이 엿보인다. 민선 8기 시장으로 귀환한 노관규 시장이 보인 ‘돌쇠형 리더십’ 덕분이다. 현재 순천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는 건설된 지 90년 이상이 됐다. 이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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