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사랑니를 앓고 있다.
노래되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나는 사랑니를 앓는다.
부끄런 수작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르듯...
나는 수없이 서역의 아침 해도 그리워하지만,
더욱 어쩔 수 없는
겨울 한복판을 불어가는
독감에 든 바람도
그리워한다.
봄이 오기 전
알 수 없는 세상을 보듯
하나씩 하나씩 잃어진 것들을 참아
내 시선은 먼 곳을 응시한다.

<최상일 약력>
▲서석문학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수필작가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최상일 님의 시 ‘봄이 오기 전’에서의 시적 화자는 아직도 사랑니를 앓고 있다.

‘아직도’라는 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니를 앓는 일은 이미 끝냈어야 하는데, 여전히 앓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랑니’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목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과 같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읽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노래되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나는 사랑니를 앓는다’고 한다. 예상을 깬 반전이다. ‘부끄런 수작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르듯’ 사랑니를 앓고 있다. 긴장감마저 감돈다.

봄이면 분홍의 겹바람이 불어와 불치병에 걸린 꽃잎도 입이 트여 노래할 것이다.

일정하게 노란 체온을 유지하며 피어나는 산수유나무도 노랗게 노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는 노래 되지 않는 것들을 위한다고 한다.

‘겨울 한복판을 불어가는/ 독감에 든 바람도/ 그리워한다’ 시인은 이처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만의 시적 렌즈를 통해서 깨닫고 사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하나씩 하나씩 잃어진 것들을 참아/ 내 시선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어 멋지다.

시적 화자의 쓸쓸한 내면이 읽혀진다. 그런 아픔이 밑거름이 되어 노래 되지 않는 것들이 부디 꽃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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