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치유예술가

프랑스의 미술계와 오랜 우정을 나누며 유럽으로 해외 교류를 확장해 온 지역의 예술가 노정숙(사단법인 국제시각문화예술협회 대표)씨는 광주 미술과 유럽, 몽골 등 우리 지역과 대륙을 연결하는 예술 교차로다.

대면으로 국제교류가 어려웠던 지난 3년 동안 노정숙씨는 예술인들의 국제교류가 가능한 열린 사이트, ‘아트플랫폼 온’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지속적인 예술교류활동을 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예술가들이 관심있게 작업하는 주제로 온라인 전시를 이끌었으며 국제연대를 이어온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광주에서 ‘아트플랫폼 온-예술교차로’가 첫 대면 전시로 열린 것이다.


‘아트플랫폼 온-예술 교차로’는 동구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 갤러리 생각상자, 이이남 스튜디오, 전남대학교 용봉관(역사관), 4개의 전시장에서 ‘예술&환경=CROSSING’을 주제로 11월 8일부터 16일까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광주·이스라엘·벨기에·몽골·프랑스 5개국 47명의 작가들은 각자 자신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과 현재 인류가 처한 지구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예지하며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동구 미로센터에서는 ‘미로, 거미, 나무, www닷컴’을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갤러리 생각상자에서는 ‘우리가 본 것처럼’이 전시 주제다. 이이남 스튜디오에서는 ‘언제나 함께’라는 주제로 미디어 중심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남대학교 용봉관(역사관)에서는 ‘그리고 다시, 그래서 이르렀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인간 중심의 물질문명이 지속 가능한가?’


지구 온난화와 바이러스, 전쟁과 혐오, 자연을 대상화하는 태도 등 인류가 처한 문제의식을 퍼포먼스 영상과 재료 실험,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 대지예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신성한 리츄얼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보여준다.


9일 오후 미로센터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는 3시간 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발제자들의 발표가 진지하게 진행됐다.

‘아트 브릿지, 지구환경과의 관계’ 국제컨퍼런스는 총기획자 이유진씨의 발제로 문을 열었다. ‘무분별(無分別) 그리고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라는 발제에서 그녀는 안과 밖의 경계, 자연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 짓는 분별적 사고를 너머 초월적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우리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퇴비 속의 온갖 벌레들과 지렁이와 낯선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무엇이라는 관점의 전환, ‘함께_되기’를 강조한다. 벨기에 왕립미술학교 알렉산드라 디멘티에바(Alexandra Dementieva)교수는 ‘트러블 시대에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대지예술을 소개하며 자연을 대하는 예술가들의 태도와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몽골에서 온 작가이자 큐레이터 슐롱고 채후(Solongo Tseekhu)씨는 ‘자연과 예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라는 발제문에서 몽골의 오래된 전통과 광활한 자연이 몽골의 아티스트에게 어떻게 새로운 발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발표했다. 참여작가 갈리나 블레이크(Galina Bleikh)씨는 ‘구(球)와 같이 생각하기’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입체적인 사고력과 자연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관계’ 즉 오래된 나무에 깃든 어떤 것(전체)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디지털 실험으로 관계의 회복을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자는 나탈리아 카메네츠카야(Nataliya Kamenetskaya)러시아국립인문대학교 교수로 ‘지구와 천국 사이’라는 발제에서 러시아를 떠나 온 사람들의 상황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떤 것, 심플하게 보이나 복잡한 것들, 그 사이에서 예술가들이 표현하고 있는 것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그린 그림과 설치미술, 시 등 다양한 표현 언어를 읽는 감수성에 대해 이번 전시 참여작가 나디아 아디나 로즈(Nadia Adina Rose)의 시적 표현력 “We can read lips”와 같은 언어 이전의 소통방식과 자연의 상징적 표현의 사례를 발표했다. 멀리서 광주에 온 예술가들을 환대하는 광주 시민의 따뜻한 마음은 작년에 이어 프랑스 작가 피에르 귀랭씨가 광주를 주제로 작업하여 다시 찾게 만들었다.

민간의 힘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은 우정과 신뢰로 가능한 것이다. 노정숙씨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넓은 품과 열정은 세계의 예술가들이 광주를 사랑하며 다시 찾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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