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대리인을 통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 측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방문해 “의뢰인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채권과 관련해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강제동원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증명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법 제469조 제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대리인은 내용증명에서 확정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지는 채권은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한 것이지 제3자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변제해 소멸시킬 수 있는 채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10대 시절인 1944년 5월 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1945년 10월말 귀국할 때까지 17개월여간 임금 한 푼 없이 강제노동 피해를 입었다. 또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東南海) 지진으로 공장 건물이 붕괴될 때 함께 매몰돼 발목과 허리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일본 소송에 참여한 일부 피해자와 유족 5명은 2012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선고 2015다45420 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가 배상 이행을 거부하는 사이 원고 3명(김중곤·이동련·박해옥)이 차례로 사망했고 남은 생존자는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2명 뿐이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4명(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 중 유일한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도 이날 소송 대리인을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측에 같은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안태호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