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연극마을 30주년 기념공연 ‘안부’ 포스터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잇고, 미래를 향하는 오월 여성들의 이야기.

푸른연극마을 30주년 기념공연 ‘안부’가 씨어터연바람(동구 구성로 204번길 1-1)에서 펼쳐진다.

40여 년 세월 동안 5·18민중항쟁은 총을 든 남성중심의 투쟁적 영웅 서사가 주를 이뤘다. 여성은 일부 피해자로, 수동적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극 ‘안부’는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남도청에 남아 있던 여성모임인 ‘오월민주여성회원들’에 주목한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서슬퍼런 계엄군 탱크 앞에서 마이크 하나 붙잡고 가두방송을 했고, 목숨을 잇기 위해 취사반을 자처했으며 단검에 찔리고 총알을 뚫고 나간 시신들을 목도하며 염을 해야했던 여성들의 서사다.

23살 박정, 22살 이순, 20살 고달은 로케트전기 회사 여성 노동자다.

왕언니 박정은 야무지고 똑부러진 탓에 회사 노조 대의원을 맡았으며, 이순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장이며, 고달은 가수를 꿈꾸는 밝고 쾌활한 노동자다.

비슷한 처지로 친한 친구가 돼 이십대의 꿈을 꾸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은 늘 고달프고 힘들다.

노동자궐기대회를 준비하던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며 특전사 군인들이 광주에 내려오고, 이들은 광주민중항쟁 시민군이 돼 10일간의 항쟁을 치러야 했다.

오월항쟁을 겪고 헤어져 안부도 없이 40여 년을 각자 살아간 세 명은 또 다시 찾아온 어느 봄날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제자리를 맴돌고 쫓기는 꿈을 꾸는 그녀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극의 중심 키워드는 결정, 기억, 침묵, 그리고 트라우마다. 연극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로 인해 평생 시달려온 트라우마는 무엇으로부터 기인된 것인지 들여다본다.

오월민중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이자 여성 그리고 노동자가 중심인 최초의 여성서사이며, 트라우마에 대한 보고서인 연극 ‘안부’는 새로운 봄날을 맞아 고통을 견디기 위해 오랜 시간 침묵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고 있다.

푸른연극마을 관계자는 “80년 5·18민중항쟁을 투쟁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현재의 시점에서 드러난 트라우마로 과거를 돌아보고자 했다”며 “영웅적 서사에 묻혀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항쟁과 그 소박했던 삶, 그리고 트라우마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안부’는 다음달 4-9일 6일 간 열리며 평일은 오후 7시30분, 주말은 오후 4시 공연이다. 인터파크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문의 062-226-2446.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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