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더불어민주당의 고질적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가 9월 정기국회를 전후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김남국 코인’에 이어, ‘대의원제 존폐’ 여부 논쟁과 관련한 ‘개딸’(개혁의 딸)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당 내부 갈등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은 ‘대의원제 폐지’ 논쟁을 고리로 다시 분출되면서 불과 1년도 채 안남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일대오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친명(친이재명)계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3선)과 역시 친명계인 장경태 최고위원(초선)이 이끄는 당 혁신위원회는 전당대회 ‘돈 봉투’ 문제가 결국은 표의 등가성을 무시하는 대의원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의원제 폐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는 친명계의 대의원제 폐지 주장은 이른바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을 키워 사실상 민주당의 의사 결정 구조를 독점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경북 안동에서 열린 당원 모임에 갔다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입장을 거부당했다”며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당원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그 입으로 이재명을 말하지도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잘못된 태도가 이 대표를 더 힘들고 외롭게 하고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며 “싫은 놈 나가라는 식의 분열적 당 운영과 혐오로는 우리가 승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호남계 의원실 보좌진도 “요즘도 ‘개딸’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며 “사안별 발언의 내용이나 진위를 파악하지도 않고 한번 ‘반이재명’으로 낙인찍은 의원들은 무조건 공격하는 방식”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비명계 의원들과 중도성향 의원들은 사실상 ‘이재명 무조건 지지층’인 ‘개딸’들의 ‘혐오 정치’가 내년 총선에서 당락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을 멀어지게 할 것이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 공격 중단’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이 결의안은 친명계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개딸’과 관련한 민주당내 계파 간 시각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내부 사정이 복잡하게 꼬여가면서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도권의 비명계 의원들은 “솔직히 이재명으로 내년 총선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도발적 질문으로 당이 처한 현실을 압축하고 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당대표가 누구이건 간에 민주당 공천이면 당선이 유력하지만, 여야가 격돌하는 승부처인 수도권의 경우 당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표심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9월 정기국회 전에 이 대표가 거취를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호남계 한 의원은 “친명계 내부에서도 9월 정기국회를 전후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9월 정기국회가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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