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아시아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국제적 문화예술기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중장기 핵심테마를 선정하고 아시아의 모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ACC는 아시아의 문명사를 도시문화-생활양식-아시아의 예술 총 3단계로 나눠 핵심테마를 세웠다. 이러한 테마를 2년 주기로 반복 운영하며 문명사에 대한 전당의 성과물들을 축적할 예정이다.

2023-2024 핵심테마는 ‘도시문화’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 시간,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를 형성한다. 이러한 문화는 생활양식의 영향을 받으며, 도시민의 생활양식은 예술에서도 발현된다. 이에 따라 ACC는 신문화지리학적 관점에서 아시아 5대 권역의 도시문화에 대해 살펴본다. 또 5대 권역 거점도시의 도시유산, 도시문화 속 내재된 다양한 철학과 사회적 현상을 공연·전시·교육·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담아낸다. 올해 ACC가 ‘도시문화’를 주제로 탐구하는 대표 콘텐츠들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국제 공동 창·제작 공연

2022 ACC 국제 공동 창·제작 공연 ‘공허와의 만남’

ACC는 창의적·실험적이며 대중성을 갖춘 국제협력 기반 ACC 레퍼토리 공연을 개발한다.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동시대 담론, 미래지향성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창·제작함으로써 아시아문화의 가치를 확산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성의 의미에 부합하고 핵심테마인 ‘도시문화’와 연관된 시범공연 작품을 공모했다.

먼저, 오는 10월13-14일에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와 협력단체 플럭서스2(호주)가 함께 마련한 연극 ‘보따리’가 펼쳐진다. 보따리를 창작 매개체로 삼고, 이를 거쳐간 역사와 그 공간에 내재해있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과 근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서양에 의해 고착된 아시아를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적 연극이다.

11월3-4일에는 놀플러스와 협력단체 텐구북춤(일본)이 선보이는 참여형 공연 ‘숨바꼭질’이 준비돼 있다. 도시화로 터전을 잃고 난민처럼 부유하는 현대인을 설화와 괴담 속 인물들로 표현했다. 관객과 배우들은 한국의 지신밟기와 일본의 나마하게 방식으로 극장에 재현된 도시를 함께 거닌다.

12월15-16일에는 고블린파티와 일본 협력단체 케다고로가 두 국가의 삶과 현존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드러내는 무용 공연 ‘솔직히’를 무대에 올린다. 고도화, 양식화된 장례문화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 장례양식에 나타난 ‘죽음’을 다룬다.


◇기획전시 콘텍스트 ‘걷기, 헤매기’

2023 ACC 콘텍스트 ‘걷기, 헤매기’ 전시

‘도시문화’를 바탕으로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전시도 마련됐다. 오는 9월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걷기, 헤매기’ 전시다. 도시 구성요소로서의 길, 보행자, 걷기에 주목한 현대미술 콘텐츠다.

도시를 중심으로 문화 생산 계기 및 사회적 관계를 탐색하는 기획전으로, ‘도시문화’와 관련한 아시아 및 세계 각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레지나 호세 갈린도, 프란시스 알리스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 총 13인(팀) 25점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영상, 키네틱 아트, 상호 작용 예술(인터랙티브 아트) 등 매체 또한 다양하다.

동시대적 쟁점을 감각적으로 환기하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회문화적 고찰의 계기를 제공하고, 대안적 도시문화 성립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여정을 홀로 걷는 순례에 가까운 퍼포먼스 작품부터 광주의 길 이야기를 담은 상호 작용 예술 작품, 광주와 인도네시아 도시 반둥을 연결하는 소리의 풍경까지. 다양한 걷기 양상과 보행자 이야기, 길 위에서 만난 도시의 역사와 오늘날의 풍경,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쟁점을 풀어놓는다.

전시와 연계한 세미나 및 워크숍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지난달 14일에는 참여 작가인 레지나 호세 갈린도의 오월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가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서는 조선대 K-컬쳐공연기획학과와 공연예술무용과 학생들이 수행자로 동참해 민주·인권·평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예술을 펼쳐냈다.

지난달 27일에는 작가 김재민이와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의 ‘아시아문화연구 학술세미나’가 진행됐으며, 오는 23-25일 워크숍 ‘둘러보기, 새로운 질서 그 후’, 9월2일 ‘제2회 방직공장 달리기(광주편)’가 또다른 걷기 경험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서아시아 문화 연구

올해 ACC는 ‘도시문화’와 관련해 서아시아 생활문화, 문화유산, 민주주의와 발전 3대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 연구는 서아시아 문명 세계관 이해 및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이슬람과 유대, 튀르키예 지역 아시아문화 지식 콘텐츠 생산을 목표로 한다.

먼저, 생활문화에서는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등 발원지가 모여있는 서아시아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연구를 통합해 아랍 문명권을 이해한다. 종교에서 유래된 각종 명절과 의례, 축제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문화유산에서는 페르시아, 인도, 이라크, 이집트, 프랑스, 영국 등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생성·집적된 천일야화의 세계문학사적 의미를 연구한다. 문화유산으로서의 특성 조사와 문화콘텐츠 사례조사, 비교분석을 통해 2023 아시아 이야기 지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민주주의와 발전에선 인류 문화, 역사적 전환, 민주주의 등에 기여한 한국과 서아시아 주요 도시 및 공동체를 비교한다. 고유한 문화적 특성에 기반한 서아시아 주요 도시 및 공공장소의 발전 및 변모 사례를 조사하고 종교시설이나 광장, 시장 등 공공장소가 인류 역사 발전에 공헌한 사례와 당대 공동체 생활 및 문화를 탐구한다.


◇동시대 이슈 담은 인문강좌

2023 ACC 인문강좌 강연

예술로 공감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ACC의 특별한 인문강좌도 마련됐다.

올해 인문강좌는 전당 핵심테마인 ‘도시문화’, BTS 데뷔 10주년을 바탕으로 한 ‘대중문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등 문화예술계 이슈를 반영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지역 청년 문화예술인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기여 및 지역과의 연계도 모색할 방안이다.

하반기 강좌는 김시덕 교수의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9월27일)로 시작된다. 오랜 시간 도시의 개발 역사를 추적해온 도시 문헌학자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로, 도시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역사학자 백승종의 ‘도시로 보는 유럽사 기행’(10월26일) 강좌는 동서양 역사와 문화에 해박한 역사학자와 함께 세계사의 중심을 차지했던 18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이다. 정치·경제·예술·학문을 키워드로 도시와 인류를 이해해본다.

마지막 강좌는 모종린 교수가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11월29일)를 주제로 진행한다. 음식, 패션 등 온라인을 통해 거의 모든 생활이 가능해진 오늘날, 지역만의 특색있는 로컬자원과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우리 동네의 가치를 모색해볼 수 있다.

이강현 전당장은 “앞으로도 전당은 실험성, 대중성을 고루 살리며 핵심테마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며 “지역사회 문화예술의 만족도를 높이고 방문객 모두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CC는 지난해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 문체부 자체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는 등 기관 성과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달성하며 지역 대표 문화예술기관이자 국제사회에 아시아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발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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