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호남진흥원이 모은 한국학 자료가 10만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개원 8년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학호남진흥원이 호남 한국학 연구의 핵심 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흥원이 그동안 모은 총 10만1천696점을 분류해 보면 고문서가 1만3천여점, 고서가 2만2천여책에 이른다. 이밖에 근·현대 문헌, 사찰 자료, 유물, 서화 등 다양한 유형의 자료가 복합적으로 수집돼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지역 자료가 73%로 가장 많고 광주 자료 약 20%, 전북 자료 4.4%, 서울·경기·충청 등 자료가 2% 안팎을 차지한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자료의 가치이다. 이렇게 확보하지 않았으면 훼손·멸실될 수도 있는 호남을 대표할 만한 중요 자료들이 상당수다. 진흥원 측은 보물로 지정될 수 있는 자료가 서너 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중에서 1389년 무학대사가 간행한 불경사전 ‘장승법수’와 1434년 발급된 호남에서 가장 오래된 무과 합격증서 ‘김수연 왕지’는 각각 고려 말·조선 초 불교사와 조선 초기 과거제 문서 체계를 보여주는 대표 자료로 꼽힌다.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의 왕복 편지를 묶은 ‘양선생문답첩’, 수은 강항의 일본 포로 기록 ‘간양록’ 등도 있다.

1756년 작성된 한글 조리서 ‘음식보’, 실학자 위백규의 ‘환영지’ 목판과 초안 등은 호남의 생활문화·의례·학문 풍토를 보여주는 자료로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자료는 그냥 지나간 과거의 흔적이 아니다. 현재를 있게한 터전이고 미래를 열어가는 원동력이다. 특히 옛자료는 마냥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10만점을 모으는 동안 민간의 귀중한 자료가 얼마나 빠르게 사라질 수 있는지 현장에서 절감했다”는 홍영기 원장의 회고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독립 청사와 전문 수장고 없이, 전북도는 물론 광주·전남 상생 협력도 충분히 이행되지 못한 여건에서 10만점의 자료를 확보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