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열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 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사태가 1주년이 지났고, 이재명 정부 출범 또한 6개월을 맞았다.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경주APEC정상회의’와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이 마무리 되면서 특검과 내란 재판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고는 있지만 국정(國政)은 상당부분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삼권분립’이 기본원칙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국정논의의 중심지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돼 입법권을 가진 의회(議會)가 아닐까 싶다.

그 가운데 9월에 시작돼 연말에 끝나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그리고 그간 밀렸던 법안통과들이 이뤄지기 때문에 국회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국회에서 외교와 안보문제를 다루는 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그리고 정보위원회의 활동이 국민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연 상태가 아닌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최종적으로 규율하는 정치(政治)와 그 최종적 목표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사상가들이 여러 가지로 정의(定義)를 내렸지만, 필자가 공부한 바를 종합하면 ‘사회적 가치(價値)를 권위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이 정치이며, 구성원이 평안하게 잘 살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평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외적 각종 위험요인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국가가 관여하는 내적 위험을 치안(治安), 외적 위험을 안보(安保)라고 한다.

각종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오랫동안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치안 만큼은 매우 양호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안보의 기본 축이었던 한·미 안보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일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는 등 한반도의 안보지형은 매우 불안정해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위정자들의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無知)와 안보문제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국권을 잃고 36년 간을 식민지 상태에 놓였던 민족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K-컬처가 세계를 풍미한들, 나라가 전쟁상태에 놓이게 되고 국권을 상실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하여 일찍이 공자(孔子)도 족식족병(足食足兵)이라고 해 정치의 핵심요소로 경제와 함께 안보를 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현대의 전쟁양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으며, 재래식 무기 역시 엄청나게 발전해 굳이 핵전쟁이 아니더라도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전쟁이 증명해 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냉전시기에 지속돼 왔던 굳건한 동맹체제(同盟體制)는 사라지고 오직 자국의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 속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판을 치고 있다.

미국을 믿고 의지했던 우크라이나의 처지와 중국에 강경하게 맞섰을 때 미국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에 대한 트럼프행정부의 반응에서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 할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그동안 국제적으로 인정돼온 ‘한반도 비핵화’ 문제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문제에서 만큼은 줄곧 일관된 입장을 보여 온 중국 또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어떠한가.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자주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안보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가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우리가 재래식 무기분야에서 이른바 방산강국(防産强國)에 들어서자, 북한도 핵무기 외에 재래식 무기 개발에 국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른바 군사력 증강의 에스컬레이션 현상이 한반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군사밀도(軍事密度)가 높은 지역에서 전쟁위험이 높다는 사실과 대만해협에서 미·중·일의 대결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낀 국가’ 대한민국의 안보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져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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