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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2025’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30곳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 역시 생산연령인구가 2022년 3천674만 명에서 2072년 1천658만 명으로 급감하는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17.4%에서 47.7%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운영 주체가 고갈된 곳에 청년 세대를 겨냥한 시설을 계획하면서 정작 ‘누가 운영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하드웨어의 덫에 빠져 핵심 질문을 외면하고 있을 때 이미 십여 년 전 해답을 제시한 곳이 있다. 강진군 성전면의 달빛한옥마을이다. 2013년 강진군이 도시민 유입을 목적으로 조성한 계획형 한옥 단지로 월출산 자락 아래 29채가 들어서 있다. 주목할 점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다. 주민의 다수가 광주와 수도권의 공공기관, 금융권, 언론사에서 은퇴한 전문 인력이었다. 이들은 ‘강진 달빛한옥마을’이라는 이름을 짓고, 마을자치규약과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동체 운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새로 모인 이주민들이 갈등 없이 정착할 수 있는 이유다.
마을 사람들은 또 숙박이 아니라 관계를 기획했다. 손님이 도착하면 월출산이 보이는 툇마루에서 차를 나누며 이주민의 삶과 마을 이야기를 건넨다. 마을 텃밭의 채소와 강진 특산물로 차린 아침 밥상은 집집마다 주인장의 솜씨를 담아 다르게 나온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투숙객은 방문자에서 다시 찾아오는 이웃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 이곳에 머물렀을 때 한옥 13채가 민박을 운영하며 연간 5천여 명을 맞이한다는 말을 들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원사업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운영 주체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두레 사업과도 맞닿는다. 주민 공동체가 직접 창업하고 경영하도록 밀착 지원하는 이 사업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 역시 협력적 거버넌스를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 조건으로 꼽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도 관광 선진국 대부분이 이를 갖추고 있음을 지적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는 이 방향이 시간을 견디면 무엇이 남는지 보여준다. 2015년 공모사업 유치를 계기로 마을은 시설 대신 규칙부터 손질했다. 2016년 향약을 전면 개정해 새 조직을 마을 규범 안에 편입했고, 2019년에는 이장의 설득으로 전체 세대의 70%가 넘는 477명이 출자한 협동조합을 세웠다. 방치돼 있던 복지회관은 거점센터로 다시 문을 열었고, 지금은 연간 6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한다.
물론 사람 중심 접근에도 어려움은 있다. 인재 육성은 시설 조성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과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임기 안에 결과를 내야 하는 행정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이주민의 정착 자체도 쉽지 않다. 2024년 귀촌 실태조사에서 귀촌인의 11.8%가 다시 떠날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전남지역 G군 조사에서는 갈등 원인으로 ‘생활방식 차이’와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과 텃세’가 나란히 25%대를 차지했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지역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지역 소멸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다. 건물은 몇 달이면 올라가지만 사람이 자라는 데는 몇 해가 걸린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늘 짓는 쪽을 택해 왔다. 이제는 순서를 차분히 되짚어 볼 때다.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떻게 자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역관광은 지원 기간이 끝나도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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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