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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전남광주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미래 반도체 시장의 확장을 염두에 둔 조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시장의 패권을 지켜내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가 여건이 된다면 일본에도 팹(Fab)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글로벌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전남광주 지자체의 시각은 ‘지역 발전’에 맞춰져 있다. 반도체 팹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기대가 크다.
그렇기에 부지와 관련 설비 제공은 물론, 인재 양성과 공급 체계 마련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남광주가 명실상부한 반도체 중심지로 거듭나려면 단순한 생산기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생산·유통 인프라,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생태계, 안정적인 인력 공급망, 그리고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R&D)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 단계에서 가장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R&D 체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대등하게 기술력을 겨룰 수 있는 원동력은 독보적인 R&D 능력이다. 끊임없는 ‘초격차’ 기술 개발만이 강력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글로벌 위상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전남광주 반도체 생태계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R&D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양사는 각자 독자적인 R&D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기업 간 협업을 통한 ‘국가 차원의 반도체 공동연구’ 기능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가 국가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통합 연구기능이 없다는 점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다. 2년 전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한국형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설립을 추진한 바 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며 사실상 중단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시 ASTC는 벨기에의 세계적 비영리 반도체 연구소인 ‘IMEC’을 모델로 출발했다. 1984년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정부가 설립한 IMEC은 6천여 명의 연구진과 연간 12억 유로(약 1조8천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연구 거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용 팹을 보유해, 반도체 미세화 공정의 미래 로드맵을 제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경쟁 제조사는 물론 ASML 같은 장비업체, 애플, 엔비디아 등 팹리스까지 한데 모여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
IMEC은 개별 기업이 직접 공유하기 어려운 선행 연구를 ‘중립 지대’에서 함께 수행하며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한다. 최근에는 AI 칩, 헬스케어, 자율주행, 6G, 스타트업 육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전체 재원 중 지방정부 보조금은 15~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업들과의 계약 연구로 충당하여, 정부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독보적인 국책 연구소 모델로 꼽힌다.
이러한 형태의 혁신 연구소가 전남광주에 들어선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역의 연구 역량이 비약적으로 강화됨은 물론, 첨단 생산기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로 거듭날 수 있다. IMEC처럼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기업이 합심해 신기술을 개발한다면 대한민국 반도체 패권을 공고히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생산기지 유치가 전남광주 반도체 시대의 ‘첫걸음’이었다면, 국가급 R&D 거점 구축은 그 지도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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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