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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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버리고 추억 채우고…‘쉼’이 필요한 ‘나’를 위한 특별한 배려
국립공원관리공단 ‘명품 마을’ 선정 신안 영산도

  • 입력날짜 : 2016. 06.30. 19:02
‘영산 8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석주 대문’. /신안군청 제공
멀고 외진 곳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긴 여정을 무릅쓸 만큼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투박하지만 여유롭고 푸근한 정이 있는 외딴섬 여행이 바로 그렇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명품 마을’로 선정한 신안 영산도가 그중 하나다. 목포서 신안 흑산도까지 쾌속선 뱃길로 2시간, 흑산도에서 다시 동쪽으로 다시 4㎞ 거리를 10분여 가야 다다를 수 있는 미지의 섬 영산도는 그 이름만으로 여행에 나서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영산포와 영산강이 120여㎞ 떨어진 영산도라는 섬 이름을 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 왜구에 시달리는 섬 지역에 대한 공도 정책으로 섬을 떠나 나주지역으로 이주한 영산도 주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새 터전을 영산포라고 부르고, 그 옆의 강을 영산강으로 불렀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북적거리는 인파에 시달리는 휴가와 다른 특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조용한 섬 영산도에서 올 여름 휴가를 보낼 것을 권한다.

하늘위에서 바라 본 영산도.
◇ ‘나만의 열두 가지 휴식’ 영산도

총 23가구 43명의 주민이 사는 영산도에는 파출소, 보건소, 초등학교까지 다른 작은 섬에서는 없는 시설들이 있다. 한때는 400여명이 살았던 섬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마을 앞 방파제 길에는 계절마다 다른 일몰 풍광을 보이는 낙조를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인 ‘낙조가든’이 조성돼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 왼쪽으로 5분여 땀 흘리며 오르면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올라 마을을 바라다 보면 홍어 모양을 한 경작지가 특색이다.

마을 입구 초입에는 죽은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멸종위기종 2급 난초인 ‘석곡’을 보존한 군락지가 있다. 마음먹지 않아도 천천히 돌아보도록 유혹하는 완만한 언덕길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별을 장식한 밤하늘을 지붕 삼아 조성한 야영장, 바비큐장이 나타난다.

전교생이 두 명뿐인 초등학교를 휘감고 돌면 옛 보건소를 리모델링 숙소로 만든 영산여인숙과 옛 초가집을 복원한 숙박시설과 편의 시설이 마을 주민의 가옥과 어울려 곳곳에 자리 잡았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절경을 간직한 영산도의 ‘비성 석굴’(사진 왼쪽)과 ‘간첩바위’. /신안군청 제공
가족 단위 방문객이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이곳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백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고운 모래를 자랑하는 마을 앞 해변으로 달려가 얕은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 ‘영산 8경’과 기암괴석의 향연

영산도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면 이제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영산 8경과 기암괴석을 두 눈에 담아보자. 1인당 1만5천원을 내고 마을 주민이 운행하는 유람선에 올라 바다에서 섬을 한 바퀴 돌면 고릴라 옆모습을 한 산 정상을 지나 액기미마을 해변이 펼쳐진다.

액기기마을은 액운 있는 사람은 오지 말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으로 과거에는 10여가구의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 한가로운 해변만 남았다.

해변을 하나 통째로 나 홀로 빌려 쉬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하길 마을 주민은 추천했다.

바닷길을 따라 두꺼비 바위를 지나면 영산 8경 중 대표 절경으로 꼽히는 ‘석주대문’이 장엄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파도가 몰아쳐 절벽을 깎아 섬과 바다를 잇는 아치형의 돌기둥을 만들었다.

풍랑이 몰아치면 그 속으로 피하곤 했다는 구전이 전해질만큼 거대한 기둥을 통과해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기다란 코를 바다에 처박은 코끼리의 모양이 나타나 일명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린다.

석주대문의 절경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섬의 절벽과 바다가 합작해 만든 ‘코골이’를 들을 차례다.

영산도 항 전경.
‘비성석굴’은 절벽 사이에 난 구멍으로 파도가 철썩이며 마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세차게 물안개까지 품어져 나와 “이름 참 잘 지었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관광객들은 마을 주민과 함께 떼배 체험도 할 수 있다. 영산도에는 이 밖에도 ‘당산찬송’, ‘기봉조휘’, ‘문암귀운’ 등 영산 8경과 부처님바위, 고래바위, 파수문 등 기암괴석 등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 풍경을 간직한 명품 마을 영산도

영산도는 과거 영산화가 많이 피고, 산세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든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산도의 행정 명에는 신령 영 ‘靈’자가 아닌 길 영 ‘永’자로 표기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 면서기가 ‘신령 영’자를 쓰기 어려워 대충 ‘길 영’자로 휘갈겨서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산도는 조선시대부터 여러 번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왜구가 들끓자 조선시대 공도 정책으로 나주 영산포로 주민들이 강제 이주하기도 했고, 2000년대에는 양식장이 잇따라 태풍에 휩쓸려 가면서 200여명이 살던 주민수가 수십 명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섬 주민 고령화로 인해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신안·다도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 마을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명품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다른 국립공원 내 주민들이 규제 완화를 외칠 때 영산도 주민들은 오히려 규제 완화 대상 지역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자연이 준 선물을 간직하기 위해 똘똘 뭉쳐 피나는 노력을 다했다.

관광객이 주민보다 숫자가 많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입도 객을 8개 팀(숙박시설 수용 기준) 50명 이하로 제한했다.

관광객이 원한다고 해도 오래 머물 수도 없다.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의 체류 기한을 최대 3박 4일로 제한하고 있다. 나흘이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는 섬에 오래 머물려는 사람은 희귀 난과 같은 섬의 귀한 자연 유산을 캐가려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영산도를 한번 찾은 관광객들의 80%가 이 섬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교통편 (뱃길)

▶ 목포에서 여객선을 통해 흑산도를 들러 다시 영산도로 향하는 도선(섬마을을 오가는 작은 선박)으로 갈아타야 한다.
▶목포→신안 흑산도(1일 4차례), 흑산도 여객터미널→흑산도 뒷대목(도보 이동 10분), 흑산도 뒷대목→영산도(1일 2차례, 010-7330-7335)

맛 집

영산도에는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향토음식점 ‘부뚜막’ 1곳밖에 식당이 없다. 영산도 부뚜막에서는 백반(1인 7천원), 회정식(1인 3만원) 등 두가지 메뉴가 있다.
부뚜막은 자연산 먹거리로 한 상을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자랑으로 숙박업소와 마찬가지로 미리 재료 준비를 해야 해 예약이 필수다. 문의 010-7330-7335.

숙 박

영산도 숙박은 8팀 50명 입도객 제한 탓에 예약이 필수다.
예약문의는 영산도 누리집(www.yengsando.co.kr)을 참고하거나 전화 010-7330-7335로 하면 된다.
▶연진네(8평, 2인) 1일 5만5천원
▶효경네(8평, 2인) 1일 5만5천원
▶바다네(15평, 5인) 1일 11만원
▶영산여인숙(24평, 10인) 1일 15만원
/신안=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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