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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책 역행하는 기업매각
최권범
경제부장

  • 입력날짜 : 2017. 06.19. 18:48
새 정부 들어 ‘일자리’가 최대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라는 단어를 무려 44번이나 사용하면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호소했다. 이는 심각한 고용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소득을 키우고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재투자를 끌어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부활시키자는 것이 새 정부의 경제기조다.

그런데 지역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한 대기업의 매각절차가 이같은 경제기조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바로 금호타이어 얘기다. 지난 2014년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의 채권단은 현재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승용차·항공기용 타이어 생산기술 등 국부유출, 방산업체(국내 전투기·훈련기용 타이어 공급) 보호 문제, 지역경제 악영향 등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기술유출이나 방산업체 보호 등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큰 우려는 일자리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 곡성공장에는 3천800여명이 종사하고 있고, 190여개의 지역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만 8천억원에 달하는 등 지역 제조업의 9% 상당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사업장으로, 지난 50여년 동안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성장해왔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장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중국자본 입장에서는 국내공장에 대한 효용가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내 핵심기술과 사업 노하우만 유출된 채 광주, 곡성, 평택 등 금호타이어의 국내공장이 모두 매각 또는 폐쇄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공장 근로자는 물론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쌍용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차처럼 ‘먹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투자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기술만 빼내고 인수 4년여만에 법정관리를 신청,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 과정에서 1천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해 생계를 잃었다.

쌍용차 사례처럼 금호타이어가 중국자본에 넘어가 공장 매각 등 먹튀 사태가 재발한다면 지역경제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 중국자본에 매각될 위기에 처하면서 그동안 광주시의회를 비롯 광주상공회의소, 광주경영자총협회,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에서는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우려를 표명해왔다.

광주시 역시 올해 초부터 긴급대응팀을 꾸리고 매각 진행상황을 유의깊게 살펴오고 있으며, 윤장현 시장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정부차원의 관심과 고용안정 대책을 건의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6일에도 김종식 경제부시장과 임택 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등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방문해 “근로자의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해줄 것”을 요청하며 지역사회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새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갖고 판단할 일이 아니며, 국내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 역시 최근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익,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는 고용불안 및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중국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새 정부의 최대 핵심 정책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자본논리가 아닌 국민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작금에 근로자와 가족 등 수만여명의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업 매각문제를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있는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금호타이어 매각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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