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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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난장과 천막농성, 금남로의 두 얼굴
김재정
문화부장

  • 입력날짜 : 2017. 06.26. 18:55
광주시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 금남로. 현대사의 희노애락이 스며 있는 곳이다. 피로 얼룩진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 아픔과 한을 남겼다. 수많은 광주 사람의 소중한 추억이 자리잡고 있는 장소 역시 금남로다. 2007년 전남도청 이전으로 도심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충장로는 오히려 ‘젊음의 거리’로 변신했다. 지금 충장로엔 생동감이 넘친다. 불로동 인근은 패션의 메카가 됐다. 구시청 사거리나 콜박스 사거리는 연일 불야성을 이룬다. 마치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을 옮겨놓은 듯 하다. 해가 진 후에도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핫플레이스’다. 동명동은 카페 거리의 대명사가 됐다.

금남로의 경우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커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2015년 11월 개관한 이후 더욱 그렇다. ACC 앞 옛 도청 분수대에 조성된 5·18 민주광장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공원이자 다양한 문화의 무대가 되고 있다. ACC를 중심으로 궁동 예술의 거리, 금남로에 이르기까지, 큰 틀의 문화섹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옛 한국은행 자리에 만들어진 금남로 공원을 비롯, 곳곳에 산재한 ‘폴리’는 생활속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 공간의 의미 갈수록 커져



특히 지난해 시작된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ACC와 금남로가 어우러져 ‘문화난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 달에 한번 열렸던 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부터 매주 개최로 판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매주 토요일이면 ‘금남로=차없는 거리’라는 공식이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남로로 이목을 집중시킨 문화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6월2일-4일 3일간 선보인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이다. 광주시와 ACC의 협업으로 마련한 행사로 국내·외 거리예술단체 16개 팀이 다채로운 거리극을 선보였다. 3일간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거리 난장의 매력을 만끽했다.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금남로의 현재 모습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중요한 건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시민들이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의 장관에 탄성을 터트리던 같은 시각. 바로 옆 한 켠엔 9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천막농성장의 ‘조용한 외침’이 있었다. 민주평화교류원 앞에서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농성장이다. 이들은 총탄 흔적과 시민군 상황실 등을 원형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는 ACC 개관 전부터 옛 도청 리모델링 과정에서 5·18 흔적 훼손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문체부와 ACC측은 비용 마련이 어렵고 복원으로 인한 개관 지연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고수,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평화교류원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문화난장과 천막농성. 지금 금남로는 즐거움과 고통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만들어낸 비정상의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금남로의 문화공간 역할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아니 훨씬 더 확대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반쪽짜리는 아쉬움만 남길 뿐이다. 결국 금남로가 지닌 역사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5월 정신 계승과 문화중심도시 정상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옛 전남도청 복원 문제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ACC를 방문해 해법 마련을 논의할 예정인 것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CC를 중심으로 금남로를 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전, 더 이상 역사의 현장을 그럴싸한 포장지로 덧씌워선 안된다는 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고통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의 공간, 바로 금남로와 광주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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