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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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예산을 보는 시각차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09.05. 19:50
정부가 429조원에 달하는 2018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이 12.9%, 교육예산이 11.7%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되는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무려 20%나 삭감된다.

내년 정부 예산을 보는 시각은 일단 여야가 사뭇 다르다. 여당은 후한 점수를 준 반면 야당은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내년 정부예산, 여야 평가 갈려



민주당은 “2018 예산안은 ‘문재인정부’ 첫 예산안이자 사람중심으로 재정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최초의 예산안”이라며 “SOC 등 물적 투자는 축소하고 일자리·복지·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야당들은 한마디로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특히 SOC 예산 20% 삭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SOC 사업에 대한 시각은 지역의 그것과 상이하다. 더구나 주목되는 것은 SOC 예산을 갈망하는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은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는 ‘2018 예산에 대한 입장’이란 문건을 통해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의 두 자리 수 증대(12.9%) 및 SOC 분야의 지출 구조조정(△20%) 등 전년 대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역별 나눠먹기식 과도한 SOC사업이 문제로 지적됐으므로 이러한 부분들이 과감하게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국 각 지역에서 예외 없이 균형발전 차원에서 SOC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국비 투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여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이른바 ‘중앙중심론자’들은 지역의 요구를 ‘나눠먹기식 과도한 SOC 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눠먹기식 과도한 SOC 사업’?



내년도 정부 예산에 누락되거나 대폭 삭감된 광주·전남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광주의 경우 경전선(광주송정-순천) 전철화(48억원 신청)와 광주 대촌-나주 금천 도로 확장(25억원 신청)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이유로 내년 정부 예산안에 전액 누락됐다.또한 월전동-무진로간 도로 100억원→18억원, 평동3차 일반산단 진입도로 101억원→30억원,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3천억원→455억원, 광주순환고속도로(2구간) 955억원→103억원, 빛그린국가산단 확장 110억원→77억원 등 주요 SOC 예산이 무더기 삭감됐다.

전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대 현안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건설 사업은 건의액 3천억원 중 정부 반영액은 154억원에 불과해 토지 보상비는 커녕, 설계 착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총사업비 1천833억원 규모의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도 500억원의 사업비를 건의했지만 정부는 절반도 안되는 167억원만 반영했다. 100억원을 요구한 벌교-주암간 4차로 확장은 2억원 반영에 그쳤다.

무더기로 누락되거나 삭감된 광주·전남의 SOC 예산은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쳐 정성껏 만든 결과물이다. 서울 또는 타 지역과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반드시 정부예산에 포함돼야 할 시급한 사업들인 것이다.

예컨대, 흑산공항 건설예산이 삭감됐다는 것은 단순히 흑산공항 건설만이 중단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흑산공항 건설과 연계해 그동안 전남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남 서남권 섬 관광 활성화 로드맵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사람들은 강북에 살건, 강남에 살건 쉽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강북사람은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강남사람들은 수서역에서 간편하게 고속철도를 이용한다.

이와 달리 광주·전남 사람들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의 예산삭감으로 무안공항과 광주송정역을 바로 연결하는 고속철을 갖지 못한 채 과거 ‘36년 만에 완공된 호남선’이 상징하는 그 지긋지긋한 불균형 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정 모른 채 말로만 ‘균형발전’



정부·여당이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 사업들을 ‘나눠먹기식 SOC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지역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지역균형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사업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사업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중앙중심론자’들의 예의 없음이다. 중앙이 결정하면, 지역은 그저 입 닥치고 따라오면 된다는 심보다. 지역의 삭감된 SOC 예산은 국가의 재정전략에 따라 선후가 조정된 것이며, 가급적 빨리 예산 반영에 노력하겠다는 등의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중앙중심론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나눠먹기식 SOC 사업’ 운운하면서 입만 열면 국가균형발전을 떠들게 될 것이다. 그들을 보면서 느끼게 될 구토감은 나의 몫으로 남는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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