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4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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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과 2단계 호남선 KTX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10.10. 18:53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발의됐다.

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과 국민의당 장병완(광주 동남갑) 의원 등 44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하고, 민주당 김경수(경남 김해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균특법’ 개정안은 ▲지역발전위원회의 명칭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변경 ▲시·도 지역혁신협의회 복원 및 지원단 설치 근거 신설 ▲지역주도로 계획한 주요 사업에 대해 시·도가 중앙부처와 계약을 맺어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계획계약제도’ 도입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서 ‘국가혁신클러스터’를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균특법’ 개정안 발의돼

이와 관련, 정부는 전국 주요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균특법’ 개정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이번 달 25일까지 국가균형정책 아이디어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확립시키기 위한 의욕적인 행보를 펼쳐 나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독한 불균형 국가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매출상위 1천대 기업의 81%가 집중돼 있다는 점만 봐도 우리나라의 불균형 정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이전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정권이건 진보정권이건 국가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며 나름 노력을 해왔으나 우리나라의 지역 간 불균형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참 의아한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이란 용어는 현재 지역별로 다르게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예산을 예로 들자면, 영남권은 인구에 비례해 국가예산이 균형 있게 배분되는 것에 방점을 두는 반면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에 대한 더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십 년간 국가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남권 일부의 시각처럼 인구 등에 비례해 국가예산을 배분하는 것을 ‘균형발전’이라고 본다면 국토의 균형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발전된 지역은 더 많은 예산을 차지하고, 낙후된 지역은 항상 더 적은 예산을 가져갈 수밖에 없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면 갈수록 심각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독한 ‘불균형’ 국가

이 논리대로라면 호남은 영남보다 영원히 낙후될 수밖에 없으며, 마찬가지 이유로 전 국토의 88%가 넘는 ‘지역’은 12%가 안 되는 ‘수도권’을 죽었다 깨어나도 넘어설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어떤 훌륭한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토균형발전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된다.

이러한 시각차는 ‘국가균형발전’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청와대나 예산당국의 의사결정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는 호남권의 시각은 존중돼야 한다.

이는 필자가 광주지역 신문사 기자여서가 아니라 정의(Justice)의 문제여서 하는 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 자체로 과거 정권의 적폐다. 정의가 아닌 것이 분명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청와대나 예산당국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아쉽게도,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아래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가예산 배정에서 호남이 또 다시 소외됐다는 푸념이 들린다.

특히 호남선 KTX 2단계 노선과 관련, 지역에서는 광주송정에서 무안공항을 거쳐 목포로 연결되는 노선을 희망하는데, 기획재정부는 기존 호남선을 고쳐 광주송정에서 목포로 바로 연결하되, 무안공항까지는 새로운 철도를 놓도록 하는 ‘수정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예산당국이 이처럼 지역의 목소리에 눈 감고 귀 닫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정안’으로 해야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답답한 노릇이다. 무안공항의 활성화는 무안공항 하나만을 살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안공항 활성화는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민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남 서남권의 발전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대역사(大役事)와 연결돼 있다. 해저고속철도는 무안공항에서 해남 땅끝마을을 거쳐 제주로 직결되는 노선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1조가 아니라 수십조, 아니 수백조에 이르는 편익을 가져다 줄 수 도 있다.

따라서 호남선 KTX 2단계 노선은 반드시 무안공항을 거쳐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호남의 목소리와 ‘국가균형발전’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예산당국이 붙들고 있는 ‘수정안’은 과감히 버릴 수 도 있어야 한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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