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4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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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과로사 더 이상 안된다
이호행 사회부 기자

  • 입력날짜 : 2017. 10.11. 18:52
지난 2012년 대선 슬로건 중 ‘저녁이 있는 삶’은 이슈가 됐던 문장 중 하나였다.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상의 시간을 확보하자는 뜻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도한 업무에 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지금도 나오고 있어 다시 한번 ‘저녁이 있는 삶’을 되새기게 한다. 지난 8월 업무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지난달 5일 숨진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고(故) 이길연씨가 이에 해당한다. 유족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서광주우체국이 출근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삐둘어진 글씨로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쓰여진 유서에는 당시 이씨가 출근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유족과 집배노조 등에 따르면 이씨를 비롯한 집배원들은 부족한 인력문제로 하루 평균 11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하루 2천건의 우편물과 택배를 처리하고 배달 일이 끝나면 우체국으로 돌아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밤늦게까지 분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2014년부터 토요 택배제가 부활하면서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신세다.

추석명절의 경우 일손이 부족해 우편분류 알바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우편 알바를 하는 이들은 며칠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보수는 다른 알바보다 많지만 일의 양이 너무 많아 도저히 사람이 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을 매일 하는 집배원들에게 건강이상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행인 이병철 경영기획실장은 지난달 25일 ‘근무 중 다친 직원이 떳떳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직장을 위하여’라는 애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 과로사하는 집배원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청은 진상규명과 함께 집배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집배원의 과로사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정청은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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