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7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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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정도천년에 대한 우려와 기대
오성수
지역특집부장

  • 입력날짜 : 2017. 10.16. 18:37
지명(地名)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명은 수십년 혹은 수백년동안 이어져 오면서 바뀌고 혹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지역민의 삶과 운명이 묻어 있다. 그래서 지명은 역사와 자존심을 상징하곤 한다.

‘전라도’라는 지명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광주와 전남·북지역을 의미하는 전라도는 단순히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곤 했다.

전라도는 의(義)의 고장이자 상징이다. 국가가 위기에 닥칠 때면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목숨을 걸고 지켜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멀리 임진왜란 및 정유재란에서 전라도와 전라도민의 역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동학농민운동과 80년 광주민주화운동도 전라도의 기상을 잘 드러낸 대표적인 단면이다. 근대에 들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폄훼되기도 했지만 전라도는 한국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지명의 상징이다.

이런 전라도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1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현종 9년(1018년) 당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전북 전주 일원 강남도와 나주 일원 해양도를 합치고, 전주와 나주 첫 글자를 따 전라도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의 전라도는 광주는 물론 제주도까지 포함됐다.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제주가 분리되고 광주와 전북이 독립됐지만 광주와 전남·북을 통칭하는 전라도라는 명칭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전라도의 정도(定道)1천년이 되는 내년(2018년)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뜻 깊은 해를 맞아 광주와 전남 및 전북도가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당장 내일 나주빛가람혁신도시 한전KDN 빛가람홀에서 전라도 정도 천년 D-1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전남도, 광주시, 전북도가 주최하고 광주전남연구원 주관, 광주매일신문사가 후원한다.

또 ‘전라도 천년, 환황해시대의 중심’이라는 비전에 맞춰 전라도 이미지 개선, 문화관광 활성화, 대표 기념행사, 학술 및 문화행사, 문화유산 복원, 랜드마크 조성, 천년 숲 조성 등 7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도가 전라도 1천년 붐 조성을 위해 마련한 사실상 첫 행사다.

그러나 아직도 전라도 정도 1천년의 분위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정도 1천년 준비가 매우 미흡했다. 광주와 전남·북은 고작 3-4년 전에 공동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그것도 당시 선언적인 의미만 있었을 뿐 본격적인 준비는 지난해부터다. 제대로 공조가 되지 않으면서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준비에 한계를 가져왔다.

또 하나는 1천년 행사가 자치단체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크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어 자칫 1회성 행사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는 자치단체의 준비 부족에서 불러온 뼈아픈 과오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국가차원에서 맞이했다면 행사 자체는 물론 미래 발전의 방향도 달라졌을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1994년 당시 정도 600년을 맞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사업을 펼친 것과도 대조적이다. 당시 서울시는 수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기념사업과 의미 있는 행사를 했다.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의 하노이는 하노이가 수도로 지정된 지 1천년이 된 지난 2010년 국가차원에서 ‘하노이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의 1천년 기념행사는 통일 베트남의 단합된 모습과 ‘제2의 도약’을 대내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의 발전을 위해 외자를 유치하고 SOC 및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도시를 대대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하노이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노이 발전의 전환점이 된 것은 밀레니엄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를 위해 하노이는 치밀하고 매우 철저하게 준비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사례처럼 정도 1천년을 맞아 지역의 발전 계기로 삼으려면 보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전라도 정도 1천년이 단순히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그칠게 아니라 발전의 모멘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더 내실 있고 알찬 내용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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