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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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톰과 제리’ 기억나시나요?
박은성
사회부장

  • 입력날짜 : 2017. 10.23. 19:48
얼마 전 휴대폰 밴드를 통해 지인에게 받은 글이다. 이 글은 필자가 어릴 적 재밌게 보던 만화영화 ‘말썽쟁이 톰(고양이)과 영리한 제리(쥐)’의 결말을 다룬 글이다. 당시에는 힘이 세다고 괴롭히는 톰이 제리에게 번번이 혼줄 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통쾌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 만화영화의 결말에는 슬픈 반전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인이 보내 준 ‘톰과 제리’의 결말을 이렇다. 톰이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제리는 톰이 죽은 후 더 이상 자기를 괴롭히는 톰이 없어서 너무 좋아하며 마음껏 소리치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톰이 없으니 그 허전함이 커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장난을 치고 골려 먹기도 하던 톰이 없어서 허전 했던 것이다. 그걸 눈치 챈 주인이 톰과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와 제리와 같이 지내게 했다. 제리는 신이 나서 톰과 했던 것처럼 새로운 고양이를 놀려가며 놀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톰이 아니었다. 새로운 고양이는 단박에 장난치는 제리를 낚아채서 잡아 먹어버리고 말았다. 제리는 죽으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톰이 나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못 잡는 척 해줬다는 사실을. 그리고 제리는 죽어 천국에 올라가서 톰과 지금도 시끄럽게 장난치고 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꺼내든 이유는 친족을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저지르는 인면수심(人面獸心)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톰과 제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려진 50대 의붓할아버지가 17세 손녀를 성폭행해 두 아기를 출산케 한 범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 의붓할아버지는 지난 2002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여성의 손녀를 상대로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라고 협박해 몸을 만지는 등 추행한 데 이어 자택과 자동차 안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러 왔다. 이로 인해 이 손녀는 15세 중학생이던 2015년 아들을 낳았고, 한 달 만에 다시 성폭행을 당해 지난해 둘째 아들을 낳았다. 무려 6년간 이어진 성적 학대 속에 고교에 진학한 손녀는 올해 초 집을 뛰쳐나와 할머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렸고, 결국 할머니의 신고로 꼬리가 잡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 커녕 수사과정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일부 범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뻔뻔하게도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희대의 사건이 또 벌어진 것이다. 천사표 아빠의 탈을 쓰고 엽기적인 살인자의 본색을 숨겨왔던 이영학의 범죄 행위 또한 세상 사람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 이후 어린 딸을 둔 부모들은 “집 밖에 아이를 내보내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래서야 친구 집인들 마음 놓고 보내겠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여중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필자 역시도 여느 부모들처럼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다.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 인면수심 범죄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각성하고 그에 맞는 해답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일이 터졌을 때마다 공분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미성년 성범죄만큼은 불문곡직하고 중죄 중의 중죄로 엄벌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리려면 법의 의지가 무엇보다 먼저 확고해야 할 것이다.

법이 현실의 발치도 못 따라잡고 뜬구름 위에 앉았다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아프리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가르칠 수도, 따를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다. 따라서 톰과 제리가 우리들에게 말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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