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8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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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화 30년을 되돌아 보며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8. 03.05. 19:12
올해는 한국언론사상 매우 뜻깊은 해이다. 유신독재와 신군부의 사슬에서 풀려나 언론자유화의 서막이 열린 지 3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로 이듬해 언론자유화의 물꼬가 트였다. 이후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신생언론들이 출현해 바야흐로 언론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필자도 1988년 6월 신생 지방신문에 입문해 어느덧 언론 인생 30년을 헤아린다.

30년 세월속에 급격한 언론변화

지난 30년의 언론환경을 되돌아보면 전반 14년은 ‘good time’이었고, 후반 16년은 ‘hard time’이었다. 신문산업이 부침하면서 한 배에 탄 나도 덩달아 굴곡이 많았다. 신문의 부침은 경제적 구조변화, 미디어환경의 변화, 지역시장의 변화가 주요 변동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뉴스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모바일이 뉴스 소비의 중심 채널이다. 사양길을 걷는 종이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뉴스를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게 제작·공급해야 한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산업에 걸쳐 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문 등 미디어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은 초연결사회, 융복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디어분야는 그동안 웹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변화가 진행돼 왔다. 그 모든 성과물은 지금 스마트폰에 집약돼 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이 그 중심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과 친화적인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뉴스의 경우 신속하고 흥미적인 요소를 갖추돼 영상과 텍스트가 결합돼야 흡인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 뉴스시장은 이미 멀티환경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자극의 문제이다. 즉, 같은 팩트를 얼마나 수용자가 몰입하게 자극적으로 변환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와 함께 수용자와 커버리지의 초분할이 일어나고 있다.

기자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1993년 외근기자 초년병 시절을 잊지 못한다. 당시는 노동운동이 매우 치열했다. 노동운동현장에서 노동자들과 부대끼며 취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광주지방노동청을 출입할 때이다. 한 번은 장애인 부부가 사업장에서 일한 임금을 못받고 체불임금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해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다음날 어느 독지가가 그들 부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바람직한 기자상은 먼저 깨어있는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비록 소시민적인 삶을 살지만 생각은 사회를 바라보고 세상을 품에 안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인식이 생기고 실천에너지가 나온다.

시대정신과 전문성을 가진 기자

둘째는 전문성 확보이다. 기자는 분석하고 비평하는 입장이다.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없이 글을 썼다가는 창피사기 십상이다.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어떻게 전시회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또 경제이론에 대한 지식없이 어찌 경제현상을 분석할 수 있겠는가.

또한 기자는 이론 못지않게 현장감이 중요하다. 어쩌면 현장에서 있을 때 비로소 기자의 존재감이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화재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기자와 소방서 기록에 의존해 쓴 기자의 기사는 전혀 다를 것이다. 현장은 가장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발견할 수 있는 엄청난 긴장감과 에너지가 흐르는 곳이다.

그러나 먹물의 향기와 사색이 깃들면 더욱 좋겠다. 저널리즘 글쓰기는 목적이 분명한 실용적 문장이다. 육하원칙의 경직된 틀 안에서 건조하게 전개된다.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의 뜨거움을 식힐 수 있는 여백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감성을 끄집어내는 문학이다. 끝으로 자신의 콘텐츠와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관심갖는 분야를 선정해 독보적인 경지를 쌓아야 비로소 완성된 기자이다. 결국 기자는 글로써 평가받는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칼럼을 통해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것과 의미있는 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언론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책을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30년 시간의 강물에 가을 낙엽처럼 흩어진 수많은 인연과 사연들이 언뜻언뜻 은비늘처럼 반짝인다. 시대의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바라보듯 지나온 30년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되돌아볼 수는 있으나 돌아갈 수 없는 게 여행과 인생이다’. 몇 해 전 스페인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가 들려준 말이 떠오른다. 그의 말처럼 여행과 인생은 한번 지나쳐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늘 아쉬움을 동반한다. 30년 언론 인생의 궤적을 생각하며 시 한편을 적어본다.

“천년세월에 녹슨 침묵이/ 이끼처럼 깔린 저 길을/ 지나간 이는 누구던가/ 여기에 꿈결같은 첫 사랑을 놓아두고/오늘 늙은 염소 한 마리 끌고 가는/아, 바람이여/행려병자여...”(졸시 ‘소나무 숲길에서’)/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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