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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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진안 고원길 7구간 (황금폭포 하늘 길)
고개 넘으면 마을이 나오고, 산길 걷다보면 폭포를 만난다

  • 입력날짜 : 2018. 12.18. 18:37
정천면 마조마을에서 부귀면으로 넘어가는 임도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는 첫눈이 내린다는 뉴스도 전해진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안 고원길’이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2018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라는 제목의 걷기행사에 35명 정도가 모였다.

이 행사는 10월 첫 주부터 14주 동안 매주 토요일 진안 고원길 14개 전 구간을 걷는 프로그램이다. 오늘 출발지는 진안군 정천면 마조마을. 용담호반에 자리한 정천면소재지에서 깊은 골짜기를 이룬 마조천을 따라 자동차로 15분쯤 달려가니 외딴 마조마을이 나타난다. 마조마을은 진안 최고봉인 운장산(1천126m) 남쪽 골짜기 해발 400m에 둥지를 튼 산골마을이다.

마조마을을 출발하려는데 폐가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끈다. 물레방아는 물론 소로 쟁기질하는 모습 등이 과거 이 마을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마조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위에서 바라본 마조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어머니 품속에 잠들어있는 아기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임도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 활엽수들은 잎을 떨구어 나목이 됐고, 소나무 같은 상록수들만이 푸름을 유지하고 있다. 심원재를 넘는다. 심원재는 운장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뻗은 산줄기가 옥녀봉으로 솟아오르기 전에 만들어진 고개다. 이 고개는 진안군 정천면과 부귀면의 경계가 되는 고개다.
오솔길을 걸을 때는 수북수북 쌓인 낙엽이 따스한 감각을 전해준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나무들이 매서운 겨울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

심원재를 넘으니 잠시 후 만나게 될 방각마을과 주변의 농경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개를 너머에는 유난히 자작나무가 많다. 진안이 고원지대라지만 북한의 산악지대나 만주 같은 한대지방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를 이곳 야산에서 보게 되니 반갑다.

잠시 오솔길을 걸을 때는 수북수북 쌓인 낙엽이 따스한 감각을 전해준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나무들이 매서운 겨울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방각마을을 지나 황금천이라 불리는 천변을 따라서 걷는다. 주변 곳곳에는 인삼밭이 많다. 평균고도가 400m에 이르는 산간고랭지인 진안은 인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질 좋은 진안인삼은 홍삼으로 가공된다. 진안 홍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인삼밭이 아닌 농경지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논과 밭은 겨울을 지내며 땅기운을 충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휴식을 취하거나 가슴속에 쌓여있는 번뇌의 찌꺼기를 비우고 ‘텅 빈’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내일을 위한 충전이다.

비는 점점 더 내리지만 우리의 발길은 멈출 수가 없다. 농로를 따라 걷는데 앞쪽에 옥녀봉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민가라고 해봐야 10여 호에 불과한 진상마을도 지난다. 요즘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주인 떠난 빈집들이 오늘의 농촌현실을 말해주는 듯하여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가치마을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 걷는데 남쪽으로 멀리 부귀산(806m)이 우뚝 서 있다. 노래재를 넘어 가치마을에 도착했다. 정자에 쓰인 한자를 보니 가치(歌峙)마을이다. 뒤에서는 옥녀봉(737m)이 우뚝 솟아 마을을 감싸준다. 옥녀봉에는 진안 8대 명당 중 제1대 명당인 ‘옥녀창가’(玉女唱歌)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을 노래재라 했고, 한자말로 가치(歌峙)마을이라 했단다.

잠시 농로를 걷다가 산길로 들어선다. 오솔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비에 젖어 미끄럽다. 황금폭포로 가는 길이다. 황금폭포 상단에 있는 전망대에 서니 황금폭포로 들어오는 골짜기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폭포가 제 모습을 드러내준다.
‘진안 고원길’이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2018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라는 제목의 행사는 매년 10월부터 14주 동안 고원길 14개 전 구간을 걷는 프로그램이다.

황금폭포는 상상했던 것보다 높고 웅장하다. 골짜기가 그리 깊지도 않은데 33m에 이르는 높이하며, 풍부한 수량이 지리산에 있는 여느 폭포 못지않다. 한참 동안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지는 것 같다. 사계절 최소한 이 정도의 수량은 유지된다고 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폭포에서 임도로 내려와 걸으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뒤돌아보면 황금폭포는 자신의 상부모습을 보여준다. 저 폭포 위쪽은 하늘로 가는 길일까? 고원길 7구간의 이름이 ‘황금폭포 하늘길’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로 내려와 황금천을 건넌다. 하천가에 있는 황금쉼터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연못에는 연꽃이 핀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연못을 가운데 두고 똑같은 크기의 정자가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쉼터 위쪽 황금천 제방에는 하수항 마을숲이 조성돼 있다. 마을숲은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됐지만 이 숲이 우거져야 마을에 부자가 많이 생긴다고 해 옛날부터 주민들이 특별히 관리했다고 한다. 2009년에는 하수항 마을숲을 포함해 하수항 마을이 환경부 생태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높이가 33m에 이르는 황금폭포가 상상했던 것보다 높고 웅장하다. 사계절 최소한 이 정도의 수량은 유지된다고 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수항마을을 지나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이 고즈넉하다. 하수항마을에서 야곡마을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런 길을 걷다보면 내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소박해진다. 잠시 낙엽이 푹신하게 밟히는 숲길을 걷기도 한다.

길은 마을입구로 이어지고 우리는 농로를 따라서 걷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흙집과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집은 사람이 살았을 때는 생명력이 넘치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서서히 죽어간다. 그러니 집은 사람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산속 분지를 이룬 야곡마을과 좁은 농경지를 지나 잠시 협곡을 지나니 대동마을이 나온다. 산자락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대동마을 앞으로는 정자천이 흐르고, 그 뒤로 부귀산이 우뚝 솟아 있다. 우리는 대동마을 골목을 따라 걸으며 마을과 하나가 된다. 폐허가 된 정미소가 쓸쓸함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부귀면소재지에서 용담호로 흘러가는 정자천 제방을 따라 걷는다. 하천에는 갈대숲이 무성하고, 하천 건너편에서는 잎갈나무숲이 잔뜩 낀 안개와 함께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는 어느덧 그쳤지만 안개는 잔뜩 끼어있다.

차츰 들판이 조금 넓어지더니 부귀면소재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석마을 앞길을 지나 부귀면소재지에 도착하니 성당에서 성모마리아상이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온 우리를 자애롭게 품어준다. 부귀면사무소도 일행을 포근하게 맞아준다.


※여행쪽지

▶진안고원길 7구간(황금폭포 하늘길)은 진안의 최고봉인 운장산 남쪽 산줄기에 감싸여 있는 부귀면에서 정천면으로 넘어가는 길로, 진안의 산골마을과 하천, 폭포, 고개를 만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부귀면사무소→부귀교→대동마을→황금쉼터→황금폭포→가치마을→신기마을→방각마을→심원재→마조마을(17.8㎞/6시간)
▶도착지인 마조마을에는 식당이 없다. 15분 거리인 정천면소재지에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출발지인 부귀면소재지에도 식당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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