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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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나눔의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자
이세연
양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입력날짜 : 2018. 12.20. 18:36
몇 년 전, 수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반가운 장면을 봤다. 정봉이가 학교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씰을 모으는 장면이었다. 귀여운 그림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절단면까지, 어릴 적 추억 속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크리스마스 씰은 대한결핵협회에서 결핵 퇴치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판매품으로, 연하장을 보낼 때 옆에 붙이는 용도로 사용됐다. 어린 나이에 편지를 보낼 일은 몇 없었기에, 구매했던 크리스마스 씰은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공책 여기저기에 붙이는 용도로 사용됐고, 남은 것은 항상 책상 서랍 어딘가에 넣어뒀다가 금세 기억에서 잊히곤 했다.

학교에서 구매했던 판매품은 비단 크리스마스 씰 뿐만이 아니었다. 장애인 기관에서 만든다는 도장, 복지 기관에서 판매하는 목걸이 등 그 종류는 다양했다. 각각의 후원 대상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나눔의 정신이었다. 어릴 적, 그저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물건을 구매하곤 했다.

비슷한 세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나눔을 함께 하라는 말을 건네면, 내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누굴 돕겠냐며 적잖은 이들이 거절하곤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손사래 치기도 한다. 그중에는 오히려 복지 과잉에 따른 나태를 걱정하며 복지에 대해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 어느 순간 복지는 어렵고 불편한 것이 돼 있었다.

얼마 전, 광주에 있는 한 교회의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후원금을 모으고, 김장한 김치를 저소득 가정에 나눈 행사였다. 봉사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활동 경험이 어땠는지 등 봉사 활동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중에는 조금 귀찮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대답한 아이가 있었다. 마냥 어려운 일로만 느껴졌던 봉사활동이 꼭 그런 것도 아니라며 다음에도 꼭 불러주라며 웃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방비가 없어서 한 방에 온 가족이 모여 살아가거나, 집 안에 텐트를 치고 겨울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단 몇십만원의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위기를 겪기도 한다. 시대가 흘러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고, 복지 시스템도 정비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많아졌지만, 아직 나눔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가정은 의외로 많다.

어릴 적, 그저 나눔을 함께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연필을 쥐고 크리스마스 씰 구매 신청서에 이름을 썼다. 연필을 더욱 굳게 쥘 수 있는 어른이 된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더욱 많아진 만큼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복지는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나눔의 마음을 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차가운 바람이 마음마저 식게 만들어버릴까 걱정되는 겨울이다. 난방비가 부족한 가정이 없을까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나눔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가정이 많은 연말이다. 어릴 적, 그 순수했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나눔을 생각하는 연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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