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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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짙은데 비는 오지 않고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12.26. 18:21
교수들이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2위는 응답자 23.9%가 선택한 ‘밀운불우’(密雲不雨)다. ‘구름은 가득 끼어 있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 ‘공재불사’(功在不舍)는 15.3%가 선택 3위에 올랐다.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뜻. 4위는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다’는 뜻의 ‘운무청천’(雲霧靑天), 5위는 ‘왼쪽을 바라보고 오른쪽을 돌아다 보다’는 뜻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차지했다.

임중도원,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밀운불우, 현실은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 형국으로 답답하다. 그렇더라도 공재불사, 아무리 어려워도 그만두지 않고 노력하면 성공을 약속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좌고우면, 왼쪽을 바라보더라도 오른쪽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018년 12월의 대한민국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는 사자성어들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2위를 한 ‘밀운불우(密雲不雨)’에 더 마음이 간다. ‘밀운불우’는 2006년에 교수신문이 내놓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적 있다. 구름은 짙게 끼었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 어떤 일의 징조만 있고 일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은덕이 아래까지 고루 미치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역(周易)의 소과(小過) 괘는 발전을 상징하는 괘인데, 그중 육오(六五) 효(爻)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육오,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아직 비가 오지 않으니 나 스스로 서쪽 교외로 나간다. 공이 줄을 맨 화살로 굴속에 있는 그것을 취한다.(六五, 密雲不雨, 自我西郊, 公弋Y取彼在穴) 이 말의 뜻은 ‘군주가 주살을 가지고 나는 새를 쏘지 않고 바위틈에 엎드려 있는 새끼를 쏘아서 잡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포악한 정치를 간하다가 오히려 박해를 받자,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나 스스로라도 백성을 위해 덕치를 베풀겠다’는 문왕의 의지를 보여준 말이다. 따라서 ‘밀운불우’는 비가 오기 전에 먹구름만 자욱하듯이 일의 징조만 나타나고 일이 완전히 성사되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여건은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상공인의 마음이 지금 그러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낮추면서 잠재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비와 건설투자 위축이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내릴 뿐만 아니라 소비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실추된 리더십을 되찾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내년에도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계속될 것이란 얘기, 손놓고 기다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체증에 걸린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한국경제의 두통을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더 증폭될 것이다.

필자는 급격하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불황 가능성을 우려한다.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런 지점이다.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재고는 늘고 고용은 악화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럽다. 투자 절벽에 따른 성장 및 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정체, 산업경기의 양극화, 유가 상승, 분배 정책에 따른 경기안정화 기능 미흡 등,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다소 낙관론을 갖고 있지만 경기 상황은 늘 가변적인 만큼 정책 당국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서민경제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에 귀를 열고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19 세계경제 대전망’ 등을 보면 내년에는 나라 밖도 ‘부채 경제’가 부각되면서 시계(視界)가 매우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냉철하고 엄중하게 인식하고 생산 소비 투자 고용 성장전망 등 악화된 경제지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시장참가자들의 쓴소리와 요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면 의외로 답이 보일 수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현 상황은 국가비상사태’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행히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경제활력 제고’를 올렸다. 재정·금융·제도 개선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일단 좋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대로 ‘더 나빠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경제정책을 잘 운전해야 한다.

광주·전남 지자체도 매년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경제의 긴 불황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경제가 위중한데 말로만 신호를 주는 것은 부족하다.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도록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야 한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야 하며, 발로 뛰는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경제정책 필살기가 필요하다.

송구영신. 구름 잔뜩 꼈는데 비는 오지 않으니 답답하고 목마르지만, 내년엔 부디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황금돼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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