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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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호주 쓰리케이프트랙 1, 2코스
원시적 자연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만끽하다

  • 입력날짜 : 2019. 02.26. 19:09
쓰리케이프트랙 1코스를 걷다보면 포트아서유적지와 바다 건너 해변의 기암절벽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수많은 돌기둥이 솟아오른 케이프라울(Cape Raoul)의 아름다운 모습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태즈메이니아 주도인 호바트에서 포트아서(Port Arthur)로 가는 버스를 탔다. 부드럽게 펼쳐지는 낮은 산과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소떼들의 모습은 호주에서는 보편적인 풍경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낮은 산과 푸른 초원은 잔잔하고 푸른 바다와 어울려 평화로운 풍경화가 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포트아서에 도착했다. 포트아서는 태즈메이니아에서도 외진, 인구 200명밖에 되지 않는 외딴 마을이지만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포트아서는 영국 식민지시대 가장 악명 높은 유배지였다. 호바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탈출이 불가능한 지리적 여건을 갖춘 이곳에 영국정부는 교도소를 만들었다.

포트아서역사유적지로 유명해진 옛 교도소는 유형수 조각가인 제임스 블랙번의 설계로 만들어진 교회를 비롯한 유형식민지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무너져가던 옛 건물들을 복구하고, 주변을 정원으로 꾸며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 포트아서유적지의 무너진 건물 사이를 걷다보니 200년 가까운 과거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영국 식민지시대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였던 포트아서역사유적지. 무너져가던 옛 건물들을 복구하고, 주변을 정원으로 꾸며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

포트아서역사유적지 관람을 마치고 유적지 앞 작은 항구에서 우리를 쓰리케이프트랙 초입까지 이동시켜 줄 보트를 탄다. 보트는 건너편 쓰리케이프트랙 초입으로 곧바로 건너가지 않고 포트아서역사유적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달리면서 크루즈를 한다. 푸른 바다와 만나는 층암절벽은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면서 절경을 이룬다. 기암절벽에는 곳곳에 파도가 뚫어놓은 작은 동굴들이 있어 운치가 더해진다. 해변 바위에서는 물개가 낮잠을 즐기고 있고, 갈매기들도 즐겁게 춤을 춘다. 해안에는 모래가 만들어놓은 사구도 있다.

크루즈 보트는 포트아서역사유적지 건너편 포구도 없는 작은 백사장에 우리를 내려준다. 보트에서 내리자 쓰리케이프트랙을 알리는 조형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부터 4일 동안 함께 걷게 될 사람들은 한국인 우리 일행 5명을 제외하고는 우리와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다.

방학기간이라 초등학생·중학생이 포함된 가족단위도 몇 팀 있고, 60대 후반 노인 부부 세 쌍도 인상적이다.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 남녀들도 눈에 띈다. 3박4일을 소화할 식량과 옷, 침낭까지 챙기다보니 배낭무게가 만만치 않다. 천천히 걷고 자주 쉬었다 가는 수밖에 없다.

바다 건너 포트아서유적지까지야 도로도 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지만, 이곳은 민가도 없고 트레킹하는 사람도 적어 원시림과 해안절벽, 바다만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 길도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 넓이와 필요한 곳에 데크를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

포트아서유적지와 조금 전 보트 크루즈를 하며 만났던 바다 건너 해변의 기암절벽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수많은 돌기둥이 솟아오른 케이프라울(Cape Raoul)의 아름다운 모습도 멀리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변 쪽은 천애절벽을 이루지만 위쪽은 평평하고, 수직으로 솟은 주상절리는 푸른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나무는 여러 종류가 자생하고 있지만 유칼립투스나무가 많다. 우리나라 산에 소나무가 많듯이 호주는 유칼립투스나무가 대표 수종이다. 종종 마누카꽃도 눈에 띄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북반부에서 온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보는 행운도 얻는다. 이키드너(Echidna)라고 불리는 바늘두더지도 그중 하나다. 뾰족한 가시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꼭 고슴도치 같지만 가시두더지라고도 불리는 바늘두더지란다. 바늘두더지는 호주지역에만 서식하는 독특한 동물이다.

첫날 숙박을 하게 될 서베이어스 산장(Surveyors Hut)에 도착했다. 산장에는 우리보다 한 팀이 먼저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관리하는 직원에게 도착을 알리고 방을 배정받는다. 태양광으로 취사장만 전기가 들어오고, 숙소나 화장실은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모든 쓰레기도 본인들이 되가져가야 한다.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환경이 좋다. 전기도 없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외부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이곳에서 자유와 평화를 만끽하고 싶다.

산장 주변은 넓은 평전을 이루고 있고, 멀지 않은 거리에서 쓰리케이프 중 하나인 케이프 라울이 바라보인다. 나는 의자에 앉아 절경을 이룬 케이프 라울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밤이 되자 사방은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주변은 한없이 적막해진다.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데, 왈라비 두 마리가 주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왈라비는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길이는 캥거루보다 훨씬 작고, 체중도 크게 차이가 난다. 왈라비는 캥거루와 마찬가지로 호주, 뉴기니,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많이 서식한다.
하루 48명만 수용하는 산장은 깔끔하지만 취사장을 제외하고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다.

이틀째 트레킹을 시작한다. 산장을 떠나자 주변은 문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원시성이 짙게 배어있다. 나는 점점 원시적인 자연과 하나가 돼간다. 자연과 하나가 되니 ‘나’라는 실체도 없어진다. ‘나’라는 집착에서 해방되니 마음에 평화가 온다.

숲길을 지날 때를 제외하고는 오른쪽 바다 건너에 케이프 라울을 두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변 쪽으로 접근이 될 때는 300m 가까운 절벽이 아래로 펼쳐지고, 이러한 기암절벽은 산줄기가 끝나는 케이프 필라(Cape Pillar)까지 이어진다. 해변 쪽은 천애절벽을 이루지만 위쪽은 평평하고, 수직으로 솟은 주상절리는 푸른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하루 48명 한정된 인원만 한쪽 방향으로 걷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 한 명 없을 정도로 길은 한적하다.

케이프 하우이와 케이프 필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오늘 숙박할 문로산장(Munro Hut)에 다 온 것 같이 마음이 놓인다. 삼거리에서 문로산장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크고 울창한 숲이 숭엄한 기운을 내뿜는다.

문로산장에 도착하니 쓰리케이프(Three Capes) 중 마지막 곶인 케이프 하우이(Cape Hauy)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바라보인다. 오늘 코스는 4시간30분이면 트레킹을 마칠 수 있는 거리라 산장에 일찍 도착해 각자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긴다.
해변 쪽으로 접근이 될 때는 300m 가까운 절벽이 아래로 펼쳐지고, 이러한 기암절벽은 산줄기가 끝나는 케이프 필라(Cape Pillar)까지 이어진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데크 위에서 매트를 깔고 누웠다. 앞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남극에서 불어온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준다. 예쁜 새 한 마리도 내 옆에서 재롱을 부린다. 나는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휴식을 즐긴다. 소박한 행복이 내 가슴을 적셔준다.


※여행쪽지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남한의 ⅔ 크기에 달한다. 넓은 면적에 인구는 50만 명에 불과하고, 섬의 37%가 국립공원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쓰리케이프(Three Capes)는 태즈메이니아 타즈만(Tasman)반도에 있는 세 개의 곶(Cape)을 말한다. 쓰리케이프트랙은 세 개의 곶 중에서 케이프 필라(Pillar)와 케이프 하우이(Hauy)를 연결하는 48㎞에 이르는 길이다.
▶2015년 처음 개방된 쓰리케이프트랙은 3박4일 일정으로 걷게 되는데, 하루 48명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은 쓰리케이프트랙 홈페이지(https://www.threecapestrack.com.au)에서 한다.
▶숙박을 하게 되는 산장은 침상과 매트리스만 제공할 뿐 침낭을 지참해야 한다. 3박4일 식사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산장에서는 아무 것도 판매하지 않는다. 물병만 있으면 산장에서 식수는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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