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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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신비로운 나라 ‘미얀마’ (1)
찬란한 불교문화 품은 동남아 최대 고고 유적지

  • 입력날짜 : 2019. 03.19. 18:21
미얀마 바고의 유적지. 끝없이 가득 차 있는 불탑들이 수평선을 이루고 있다.
미얀마!
수수께끼 같은 나라, 기이한 여행지다. 모든 것들이 오래된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종교적인 신성함을 넘어서 안식처인 사원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고, 오직 가슴으로만 느껴지는 곳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향기를 아직도 품고 있어서다. 낯선 땅 낯선 사람에게서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랜 여운을 준다.

▶별로 좋지 않은 ‘첫 인상’

공항에 내리니, 비가 왔다. 비 때문인지 그리 덥지 않다. 차가 비속을 지나, 미얀마 시내로 들어섰다. 어둠 속에, 낡고 허름한 도시 모습이 눈에 비친다. 차들도, 건물도, 사람도 찌들고 가난하게 보인다. 비까지 내려 시가지가 우울한 느낌이다. 머물게 될 여행 앞날이 걱정됐다. 다행히 머물 호텔은 생각보다 좋다. 조금은 기분이 상승된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바간 유적지’ 가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걱정이 됐다. 바간 지역은 사바나 기후대여서 비가 거의 안 온다고 한다. 가이드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신비한 아름다움 ‘바간’
미얀마의 수도인 앙곤 시가지.

1천년 전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했던 바간 왕조 수도였던 이 곳. 도시 모습이 참 아름답다. 수많은 탑과 사원! 쉐지곤 탑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온통 천지가 탑과 사원이다. 해질녘 지평선을 이룬 불탑의 모습! 신비하고 아름답다. 이 것만 보는 것만으로도 미얀마 여행이 만족스럽다. 오래된 탑은 2천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중에 쉐지곤 탑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높이가 46m에 달하는 가장 거대한 사원이었다.

‘마차’를 타고 유적지를 한 바퀴 돌았다.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는 아니지만, 옛날 고대에 왕이 돼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간간히 이슬비가 내렸으나, 애써 피하고 싶지 않다.

▶자발적으로 만든 유적

누가 언제 어떻게, 이 많은 불탑을 쌓았을까? 미얀마 인들의 최고의 ‘덕 쌓기’는 바로 ‘불탑을 쌓는 것’이라 한다. 돈이 없는 자는 불탑 건립에 일손이라도 더하고, 돈이 있는 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탑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미얀마 인들은 오늘도 자신의 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얀마 여행 중 탑(파고다)를 짓거나 벽에 색칠을 하는 일꾼들은 볼 수 있었는데, 우리처럼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자신의 노동력을 보시(布施)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불교는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도 집도 사원 같았다. 우리가 머문 호텔도 그러했다. 아늑한 기분이 들어 맘에 쏙 든다. 잠도 잘 온다.

▶미얀마인 근원지 ‘바고’
황금으로 뒤덮인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 최고의 성지이자 관광지다.

바고(Bago) 지역은 오랜 옛날부터 미얀마 중심지였다. 맨 처음에는 ‘퓨’족이 살았다고 한다. 그들이 사는 이 땅을 중국에서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한나라 때는 ‘탄’(坦), 당나라 때는 ‘표’(驃), 송나라 때는 ‘포감’(蒲甘), 원나라 때는 ‘면’(緬), 명·청 때는 ‘면전’(緬甸) 등으로 불렀다. 면전은 나중에 미엔국, 즉 ‘미얀마’로 됐다고 한다. 다름 아닌, 이곳 바고는 미얀마의 뿌리인 곳이다.

▶미얀마는 가난한 나라(?)

미얀마를 잘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곳곳에 세워진 수많은 불탑, 그 앞의 불전함! 방치된 지폐들이 비바람 맞으며 쌓여 있다. 가는 곳마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사찰들! 세계의 금은 모두 미얀마에 있는 것 같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에만 금 60t, 꼭대기에 73캐럿 다이아몬드와 그 주변에 1천800캐럿의 5천448개의 다이아몬드, 2천317개의 루비, 1천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이 치장돼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매년 2차례씩 불탑 전체에 금박을 입히는 작업을 계속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황금 불탑이 나라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미얀마의 부(富)는 일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로 봐야 할 것 같다. 보통과 다른 면이 있다. 혹자는 돈은 있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 나라라고 만하기도 한다. 일부 군부나 정치 세력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란 것이다.

▶붓다와 함께 사는 사람들
미얀마 여성들이 전통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차욱타지(Chatuk Htat Gyi) 파고다에 갔다. 거대한 불상이 한 손을 머리를 괴고 누워 있다. 잠자는 부처다. 가부좌로 근엄하게 앉아 지긋이 앞을 응시하고 있는 불상에 익숙한 내게 잠자는 부처는 낯설고 신기했다. 길이가 68.85m이고 높이는 17m나 되는 거대 와불(臥佛)이다.

짙은 속눈썹에 큰 눈망울, 눈 화장까지 한 고운 얼굴, 붉게 칠해진 입술이 어여쁜 여인네를 보는 것 같다.

화려한 불상이 낯설다. 신체비율보다 더 크게 만들어진 발바닥! 108개 형상이 새겨져 있다. 불교 세계관인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를 뜻하는 108법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불상 주변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평화롭게 앉아 있거나 누워있다. 일상적인 생활이고 삶인 듯하다. 불상은 숭배의 대상이라기보다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스러운 공간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휴일이면 가족들과 돗자리와 먹을 것을 싸서 사찰로 가서 놀다 온다고 한다. 미얀마 여행 중에 어느 사찰을 가든 휴식을 취하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미얀마인에게 사찰은 신성한 종교적인 상징물을 넘어, 자신이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인 셈이다.

▶신비한 수수께끼의 나라

동남아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나라, 기이한 여행지다. 수세기 동안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명지다. 아직도 대다수가 옛 생활방식 대로 살아가고 있다.

찬란한 불교문화! 동남아 최대의 고고 유적지란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복구되지 않은 오래된, 그리고 널려 있는 수많은 사찰, 불탑, 불상, 비문 등! 오히려 예스럽고 운치가 있다.

모든 것들이 오래된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스며있다. 안개 속의 옛 시간을 걷는 느낌이다.

미얀마는 우리가 잃어버린 향기를 이곳은 아직도 품고 있다. 아니, 낯선 땅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 가슴으로만 느끼고 가자. 내가 잃었던 옛 것이다.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편안한 데서 자서 그런지, 몸이 한결 가볍다. 호텔에서 나올 때“버릴 건 쓰레기통에 확실하게 버려라”, “적당히 버리면, 떨어뜨린 줄 알고 주워다 준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일전에 차를 타고 떠났는데, 호텔 직원이 냉장고에 넣어 둔 반찬을 갖고 왔다고 한다. 버려도 될 성 싶은 먹다 남은 반찬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것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미얀마 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마음이 참 착한 사람들이다. 길을 물으면 타인에게 물어가면서 알려주고, 본인들도 가난한데 걸인이나 약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불심 같은 따뜻한 마음씨! 물질의 풍요는 없어도, 얼굴은 하나같이 평화스런 이유를 알 것 같다. 순수한 사람들이다.

차창 밖으로 순박한 미얀마 여성이 보인다. 얼굴에 향기로운 ‘과타카’를 바른 젊은 여성들, 지나치게 치렁치렁한 아름다운 무늬의 치마들, 모두가 독특하고 이국적이다.

낮선 외국인인 나에게 대한 친절함, 그리고 호의적인 태도는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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