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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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철기’는 미디어아트다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창의도시사업단장

  • 입력날짜 : 2019. 03.21. 19:30
인류사에서 나이 먹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처음 발생했단다. 이전의 시대에선 이런 경험이 없었다. 인류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생소한 일이 일어났다. 기존의 권력은 시간과 경험이 많은 세대에게 있었다. 해서, 어린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공손했다. 그러나 이젠 꼭 그렇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치를 봐야 하고 아들은 거들먹거리기 일쑤다. 인류사를 훑어보면 석기와 청동기는 권력구조나 계급구조의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철기시대엔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청동기는 농기구, 즉 생산도구로 쓰이지 않았지만 철기는 달랐다. 철기는 생산량을 급증시켰고 그에 따라 계급분화가 일어났다. 컴퓨터는 이 시대의 ‘철기’인 셈이다.

이 이야기는 참배움터(대표 최성혁)가 주최한 최진석 교수(서강대 명예교수)의 장자강의(3-7월 중 비움박물관)를 통해서 나왔다. 최 교수는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으로 세대간의 전복된 권력관계를 설명했고 객석은 여러 차례 웃음바다가 되었다. 자녀들의 눈치를 보고 사는 기성세대의 모습, 가만 생각해보면 슬프기 그지없다. 절대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최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이 해석하는 철기는 무엇이고 그 철기로 이 세상을 어떻게 세련되고 퀄리티있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물었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역사회, 나아가 이 시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만히 물어본다. 이 시대 광주의 ‘철기’는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뭐, 각자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는 감히 ‘미디어아트’라고 생각한다. 광주는 2014년 12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현재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는 전 세계적으로 13개국 14개 도시가 있고 상호 협력하며 미디어아트 도시로서 특화시켜가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2016년 미디어아트 특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1단계 사업으로 광주문화재단 내에 미디어아트 플랫폼 6개 공간을 조성해 운영 중에 있고 2단계사업으로 AMT센터 건립을 위한 착공(오는 8월)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광주 미래 발전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비주얼 아트로서의 미디어아트에 그치지 않고 광주 미래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점을 잊지 않고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미디어아트 관련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지원과 육성을 도모하는 한편 유관기관들과의 협업 속에서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광주미디어아트정책포럼, 미디어아트레지던스, 미디어아트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변화란 아직 우리에게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도전이며, 그 도전을 일삼는 것이 진짜 인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 그것이 문화다. 더불어 인간은 황당무계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확장하고 상승시켜 실현해 나가는 문화적 존재다. 황당무계한 신화를 가진 민족일수록 위대한 업적과 찬란한 역사를 가졌다. 이 주장 역시 지난해 여름 참배움터 초청으로 광주에 왔었던 최 교수가 강좌를 통해 했던 이야기다. 문화에 대한 선생의 혜안은 당시에도 필자의 가슴에 내리 꽂혔었다. 그래, ‘도전만이 살길이야’ 하며 나름 문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었던 기억이 있다. 미디어아트로 광주를 빛나게 하는 꿈, 그 꿈을 안고 올 한해 미디어아트 관련 업무를 감당하고자 한다. 다른 이들이 얼토당토않은 일이라고 웃을지라도 황당무계한 신화를 가진 민족이 큰 결실을 이뤄냈다는 것을 굳게 믿고 미디어아트를 빛나게 해볼 참이다. 미디어아트는 광주의 ‘철기’임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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