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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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운동 아쿠아 윤영자 수필

  • 입력날짜 : 2019. 03.25. 19:22
우리 집 부근에 새로 지은, 구민을 위한 건강 체육 센터가 있다. 노래교실, 요가, 헬스, 스포츠댄스 등 말만 들어도 구미에 당긴 종목들이다. 하지만 난 아직 한가롭게 여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고만 여기며 그쪽으로 고개 한 번 돌린 일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며칠 전 본의 아니게 3개월간의 정기권을 사서 수영반에 등록을 했다. 내가 나만의 고집을 꺾고 체육 센터를 노크하기까지는 운동을 해야 건강이 따라 준다는 아이들의 권유를 거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영장에 처음 가는 날이다. 수영복을 입고 모자와 물안경을 착용하니 쑥스러움이 앞선다. 규모가 큰 수영장은 사람들의 몸동작에 따라 출렁이며 파란 바다를 연상케 한다. 팔순 할머니도 수영복을 입은 걸 보니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풀린 듯, 한 발짝 다가서진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간단히 준비 운동을 한 후 사람들의 뒤를 따라 목까지 찬 물속을 걷는다. 물속에서는 다리를 비비꼬든 허리를 뒤틀든 옆으로 가든 뒷걸음질치든 아주 자유롭다.

물속에서의 운동도 가지각색이다. 빨강 노랑 초록색의 플라스틱으로 된 판을 양손에 쥐고 물 위에 엎드린 채 발목으로 물장구를 치며 둥둥 떠가는가 하면 마치 수영 선수라도 되는 양 입으로 물을 뿜어대며 그 육중한 몸을 물속을 뒹굴듯이 수영하는 이도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니 아마도 수영장에 다닌 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팔순 할머니와 날씬한 아가씨들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눈을 스르르 뜬 채 물속을 가만가만 걸으며 팔을 움직이는 할머니의 모습이 자못 사랑스럽다. 물속을 걸어가며 할머니의 그 미안한 듯한 눈빛이 내 마음속에도 전이된 듯, 나도 그런 얼굴을 하고 가만가만 그렇게 조심스럽게 걸었다. 가마솥더위라 바깥 기온과는 차이가 있어서 모두들 “아이 시원해!” 하며 만족한 표정들이다. 우선 무더위에 시달리다가 물속에 들어가 몸을 식히니 갖가지 쌓여진 스트레스가 한 순간 펑하고 날아가 버린 기분도 든다.

현대의 우리는 문명의 이기로 몸은 편하게 되었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불안과 긴장이 지속되어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고 큰 병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부가 건강하면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지면 나라가 밝아지게 되니 정부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만한 여러 가지 종목들을 문화 센터를 통해 권장 해오고 있는지 모른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빨래터에서나, 다듬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요즘엔 세상이 많이도 달라져서 일은 기계가 다 해주니 많은 시간을 본인 입맛에 맞춰가며 취미 활동을 하기에 주부들은 바쁘기만 하다. 마음만 먹으면 젊어서 못했던 공부도 할 수 있고 그림이나 노래, 여러 가지 장르를 손쉽게 배우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간이 되었는지 수영복 차림의 날씬한 강사 아가씨가 오색의 스티로폼 봉으로 된 운동기구들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들어온다. 흥겨운 노래가 풀장에 가득 울린다. 아가씨 선생님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니 모두들 천진스러운 어린 아이가 되어 동작 하나라도 놓칠세라 안간힘을 쓴다.

빠른 템보에 맞춰 스티로폼을 손에 쥔 채 따라하는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너무도 힘이 든다. 그래도 재미있고 금방이라도 체중이 줄어들 것만 같아 체육 센터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서둘러 몇 개월분의 회원권을 끊어서 수영장으로 들이민 딸애가 고맙기만 하다.

긴 스티로폼의 봉을 손에 쥐고 뒤로 넘기는가 하면 앞으로 당겼다가 물속 밑으로 집어넣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더니 이번엔 가랑이 속에 끼고 자전거타기를 하란다.

‘어이쿠 머니나, 내 이 무거운 몸이 물에 뜨네. 그렇담 어느 책속에 나오는 물위를 걷는 그녀도 스티로폼으로 만든 신발을 신었을까?’ 호호! 손과 발을 움직여 물속에서 자전거를 타니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며 이건 또 무슨 호강인가 싶다. 순간 어렸을 때 어른들이 편하고 좋을 때면 두고 쓰던 ‘학 탄 양주 목사’다.

운동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명상의 시간이라 하여 봉을 목에 두르고 물 위에 누우라며 조용한 음악을 보내준다. 물 위에 누워 흐르는 선율에 젖으니 세상에서 이 보다 더 편안함이 없을 것 같다. 고요가 한참 흐른다. 눈을 가만히 감아본다. 여가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오직 일만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등 굽은 모습이 아프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 누구 미운사람 없나요? 남편? 속 썩히는 자식들? 또 시엄니? 호호, 하하! 모두들 일어나서 봉을 구부려 높이 들고 맘껏 물을 쳐보세요. 하나, 두울, 세엣! 스트레스를 확 푸세요. 더 두드려요. 더요, 넷! 다섯, 열! 여러분 사랑해용!” 하고 ‘아쿠아’는 끝난다.

모두들 함박꽃처럼 웃는 모습으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약력> 수필과 비평 등단(97),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회원, 한국여성문학상. 전남문학상 수상, 수필집 ‘윤이나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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