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토요일)
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현대차와 LG전자 그리고 광주의 미래
오성수
편집국장(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입력날짜 : 2019. 03.25. 19:41
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력 일환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기업, 그것도 우량 대기업 유치다. 기업은 일자리 제공은 물론 지역전반에 미치는 이미지 등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는 인색하기 그지 없다. 불황이라는 이유로 혹은 미래 불확실성 등으로 막대한 자본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꺼린다. 투자를 해도 저렴한 임금과 시장 확장성 등을 이유로 해외를 선호한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현대차의 미국 공장, 금호의 중국 공장 등은 말이 한국기업이지 현지국가의 기업이나 다름없다. 현지민 위주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약 1조9천억원을 투입하는 전기베터리공장 기공식을 가졌는데 연봉 4천만원짜리 일자리 2천여개가 생긴다며 도시가 온통 들썩였다고 한다.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물론 현장에 참석한 트럼프 행정부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진출을 축하한다”며 극찬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회가 주워졌을 때 세계 주요 국가와 지방정부에서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유치는 총력전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완성차공장에 대한 투자와 LG전자의 움직임은 매우 의미가 크다.

광주형일자리로 추진되는 완성차 공장은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긴 했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냈다. 일본 도요타시가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무려 6년간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난제들을 풀었던 점을 감안하면 광주는 매우 성공적이다. 물론 규모나 형식은 다르지만~. 게다가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에 공장을 신축한 후 23년동안 국내에서 신규공장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비춰하면 이번 현대차의 광주공장 투자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LG전자도 광주형 일자리 2탄으로 불릴만 한 공기산업에 투자하기로 광주시와 협약했다.

오는 2021년부터 5년간 국비 등 3천500억원을 투자해 공기질혁신센터와 연구소 등을 건립하는 것이 골자다. 미세먼지가 국가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와 광주시가 손잡고 공기산업에 앞장서기로 한 셈이다. 사실 광주는 공기산업의 요충지다. 광주에는 공기관련 생산기업이 110여개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관련 기업이 174개인 점을 감안하면 64%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본격 투자할 경우 많은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지역발전에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정부 공모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 선정된 인공지능(AI)에도 큰 관심을 갖고 광주시와 협의중이다. AI는 미래 가장 유망한 분야로, 정부가 전국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예비타당성면제사업 공모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AI산업이 광주 완성자동차공장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보수성이 강한 LG가 광주에 대한 투자를 만지작 거린 것은 매우 큰 의미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단순히 대기업의 투자나 기업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중소기업 및 관련업계와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들어와 도시발전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군산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게다가 압축성장이 보편화되면서 제품의 사이클도 짧아지고 있어 기업은 물론 자치단체도 늘 긴장해야 한다. 즉 실질적인 산학협동 등을 통해 대기업의 후광이 지역 중소기업 및 관련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낼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지식기반형 기업도시인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RTP)나 유럽의 ICT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한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Kista Science City)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도 산학연 연계 활성화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RTP는 지역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구조로 개편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지향했으며, 시스타도 Ericsson 등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과 인근의 유수한 대학 및 연구소간 활발한 산학협동으로 혁신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성공의 한 계기가 됐다.

광주시도 대기업 유치에만 주력한다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은 대기업의 유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디테일을 통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