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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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행복을 꿈꾼다
이현
아동문학가

  • 입력날짜 : 2019. 04.11. 18:27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웃을 수 있니….” 김건모의 ‘핑계’는 곱씹을수록 가사가 재미있다. ‘핑계’ 속 가사처럼, 사랑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나에게 다가와 혼자 남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슬픈 사랑을 가르쳐준다며 헤어지자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젠 내가 싫어졌다고, 정말이지 사랑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될 걸, 누가 들어도 뻔한 거짓말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연인의 말에 가슴이 답답, 부글부글 화만 치밀 것이다. 차가 막혀서,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만남시간에 늦어 질 때마다 뻔한 핑계를 대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 오늘은 정말 차가 막혀 늦었겠지, 애써 위안을 삼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지만 상대에 대한 호의는 저만큼 멀어질 뿐이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 어젯밤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걸 상상했어요.”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만나게 된 로즈마리의 소망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거라 했다.

적도에 위치한 동아프리카의 내륙국 우간다. 주로 농업에 기초한 시장경제체제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우간다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로즈마리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에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에이즈를 앓다 돌아가신 부모님은 세 명의 어린 동생과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가난을 물려주고 떠났다.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로즈마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되고, 아이를 낳아 17세의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와 세 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다.



“늦었어. 빨리 학교 갈 준비해야지.”

아침이 되면 동생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아들과 함께 일감을 찾아 나서는 로즈마리. 두 발로 설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는 로즈마리는 팔과 엉덩이를 이용한 앉은걸음으로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일감을 찾고, 로즈마리의 처지가 안타까워 일감을 주는 마을 사람들. 앉은걸음으로 하루 종일 풀을 뽑으며 밭을 경작해 받는 품삯은 카사바(고구마의 일종)두 개. 온 식구가 모여 앉아 하루를 때우는 식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로즈마리의 환한 미소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느 것 하나 로즈마리의 잘못이 아닌 상황이지만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소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마을 아이들이 차세대 리더로 자라나길 기도합니다. 이 학교는 멀리 대한민국에서 여러분의 친구 여천교회에서 월드비전 한국을 통해 지원해 주셨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여수 여천교회와 월드비전광주전남지역본부, CTS기독교방송이 함께 하는 캠페인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도착한 로즈마리의 소망은 열심히 공부하고 돈을 벌어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단다. 동생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들이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힘쓰겠노라는 로즈마리의 소망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2019년도 벌써 4월이 됐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소망들이 이런저런 핑계에 가려져 싹도 트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 거리를 찾아내고, 성공하는 사람은 수단을 찾아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핑계 또한 하나의 습관이 되는 것 같다. 수 없이 많은 핑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핑계 대신 소망을 꿈꾸었던 로즈마리처럼, 우리 또한 핑계 대신 소망을 품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소망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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