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8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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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만 하는 공직자
김일태
전남대 교수

  • 입력날짜 : 2019. 04.16. 19:30
최근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재개발 상가 구입 투기 의혹, 부처 장관과 헌법재판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과 재산 불법 의혹, 그리고 일부 후보자들의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로 드러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연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작 공직자나 후보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서 상가 구입 계약은 아내 탓, 주식 거래는 남편 탓으로 돌리면서 궁색하게 변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권은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항이라고 변명하고 상가 구입이나 주식 거래는 투기 아닌 정상적인 투자로 불법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으며 야권은 인사 검증 실패 책임으로 민정과 인사 라인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에서도 공직자들의 비정상적인 임명과 그들의 불법적인 처신으로 국가와 국민은 엄청난 재앙에 시달렸다. 위정자를 비롯한 공직자들의 직권 남용과 불법 강요로 저지른 국정 농단, 사법 농단, 정경유착, 민간인 사찰, 화이트리스트 사건들은 국정과 사법 시스템을 망가지게 하였고 국민의 기본권마저도 억압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 등용의 과정과 그들의 처신에 대한 충언과 경고들이 이어졌다. 르네상스시기에 마키아벨리는 조그마한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의 중흥을 도모하고자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토대로 쓴 ‘정략론 제3권 제25장’에서 국가가 국정을 수행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공직자의 청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중국 청조 강건성세(康乾盛世) 시대(강희, 옹정, 건륭 3대에 걸친 130여년의 태평성대) 건륭제는 인재를 등용하면서 덕(德)을 재(才)보다 우선했고 관리들이 품행이 바르지 못한 인물을 추천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는 “대저 사람들이 도리를 논할 때는 본래 재능과 인품을 두루 갖추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하겠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니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능이 인품을 앞선다면 비록 한동안은 그럴듯하게 꾸며댈 수 있겠지만 분명 그 뜻은 진실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 근본이 견고하지 못하니 장차 예를 무시하고 방탕하게 굴어 부리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만일 인품이 재능보다 낫다면 한동안 부족하겠지만 그 속마음이 진정하고 품행이 청렴결백하기 때문에 장차 오랜 경험이 쌓으면 공무를 중히 여기고 법을 지키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둥예쥔 편저 건륭 평천하(승자의 조건)’”라고 명하였다.

당시에도 건륭제는 지금과 같은 인사 추천의 기준을 마련하여 유용한 인재를 국가에 추천하도록 하였다. 등용의 기준은 “평소 아는 바가 깊고 확고한 소신을 가진 자와 품행이 단정하고 재능 있는 자를 품급과 자격에 구애받지 말고 현직에 있건 아니건 상관없이 모두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히 추천해 밀주(密奏: 임금에게 몰래 아룀)를 올리고 짐이 헤아려 뽑아 쓸 것을 기다리라”하고 인심을 얻거나 인정에 따라 추천하는 일이 발생하면 부실 검증을 엄하게 처벌하였다.

공직자의 도리에 대해서도 중국 전국시대 순자(荀子)는 공직자를 아첨하는 태신(態臣), 국가와 백성을 배신하는 찬신(簒臣),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을 돌보는 공신(功臣),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성신(聖臣)으로 구분하고 위정자의 힘과 권력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향한 올바른 도리를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한나라 유항(劉向)은 역사 고서 <설원(說苑)>에서 나라와 백성에 봉사하는 육정(六正)의 도와 해악을 끼치는 육사(六邪)의 모략을 제시하여 공직자의 처신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 시대로 말하면 육정의 공직자는 살신성인의 성신(聖臣), 사심 없는 양신(良臣), 국가와 백성을 위한 충신(忠臣),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는 지신(智臣), 근면절약의 정신(貞臣), 간언의 직신(直申)으로 올바른 도리를 따르는 것이고 육사의 공직자는 복지부동의 구신(具臣), 아첨의 유신(諛臣), 사익의 간신(奸臣), 참소의 참신(讒臣), 배신의 적신(賊臣), 국정농단의 망국지신(亡國之臣)으로 공직자로서 가지 말아야 할 길이다.

지금에 있어서도 공직의 인재 등용과 공직자의 처신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위정자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국가의 안위를 유지하고 민생을 위하는 길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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