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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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소외(疏外) 김왕수 수필

  • 입력날짜 : 2019. 04.22. 19:02
하루를 밝히는 태양은 매일 새롭게 떠오르지만, 사람의 감성은 항상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아 허둥댄다. 소외라는 것은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우주가 만들어낸 에너지의 결정체인 독존이시다. 소외는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과. 제멋대로 놀아나는 성품이 있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진화하며 자학이라는 업의 화신으로 변하게 된다.

소외란 사회와의 관계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거리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로부터 완전한 감정적 단절, 무기력, 무의미, 고립, 자아 소외 상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복잡화된 사회 기능의 해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라는 원 안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 요소를 보면 원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세상이 꾸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때문에 그것은 소외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할인 것이다. 마차는 스스로 자국을 만들고 삶이 있는 곳에는 역사라는 기록이 남는다. 사람이 모인 곳에선 허세든 존재감이든 소외에서 벗어나려 애를 태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정상 정복 후 내려오는 기쁨이 있기에 험한 산을 오를 수 있는 것. 허나 인생사는 내려오는 길이 없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귀향하려는 본성이 있다. 이것이 보이지 않을 때 소외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시간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한 소외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 시간의 지배를 받고 있는 한 말이다. 시간은 과거와 미래가 없다. 에너지의 파동으로 존재 자체이다. 따라서 중력상태에서만 작동한다.

내 딴에는 뭔가 해보려 하는 데 주목해 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하든 자연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그만 역할들로 온통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연의 일부로서 부여된 역할일 뿐이므로 그렇다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서서 그대는 분노하는가. 스스로 소외라 자처하지 마라. 조금은 차분하게 세상을 내려다 볼일이다. 분노의 덧 앞에 차분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용기라 할 수 있다. 생과 극을 한 화폭에 담는 조화, 이것이 자연이 원하는 균형의 세계이다. 이 세상은 천재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그대처럼 절대다수의 평범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 것이다.

산속 생활 10년의 김영옥 씨가 말한다. 사람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매일 산정에 올라 멀리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도 봐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것만 보아도 눈물이 날 만큼 반갑다는 것이다. 얼굴을 보고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

한데 무슨 얼어 죽을 소외를 논하는가. 대문호 버나드 쇼는 94세에 생을 마감하면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을 남겼다 한다. 허상인 소외를 붙들고 허송세월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대 선택에 달렸다.

적당한 무관심은 약이 될 수 있다는 것. 관심은 충돌로 이어지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존재 그대로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오직 사람만이 관심을 가져주지 안는다고 소외라는 이름으로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면서 스스로를 침몰시키는 것이다.

낙엽이 지는 늦은 가을 홀로 산을 오르거나 수평선이 내다보이는 바닷가를 걸어보면 스스로 홀로됨을 가슴 아프게 느낄 때가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인 외로움에서 오는 것이지 소외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문을 열어놓고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을 뿐이다. 주변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모두에게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긍정이란 색안경을 쓰고 말이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산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서로 하나로 통하는 동반자이지만 각기 자신의 세계에서 존재한다는 것. 하찮은 잡초나 발부리에 걸린 돌맹이 하나라도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무관심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의 좁은 소견일 뿐 소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를 벗어나려면 끊임없는 자아의 성찰과 사람과의 어울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길. 사람과의 만남에서 그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만남은 필연이면서 혼돈이다. 충돌하면서 소외를 긍정으로 승화시키고 불균형을 균형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이다.

평정심의 본은 긍정이고 균형에 있다. 때문에 자연과 맥을 같이한다.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본질적으로 소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화상이며 실상은 외로움이다. 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불균형에서 외로움이 온다. 보다 더 자연과 가까이에서 그 답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약력> 한국수필 천료 신인상, 광주수필문학 사무국장 역임, 한국 문인협회·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 회원, 수필집 ‘내가 가는 길에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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