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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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창원 저도 ‘비치로드’
‘콰이강의 다리’ 건너니 푸른 바다와 거제도가 어울리다

  • 입력날짜 : 2019. 04.23. 19:10
저도 최고봉인 용두산 정상에서는 ‘콰이강의 다리’와 새로 놓인 저도연육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려보인다. 검푸른 바다는 하얗고 빨간 다리와 어울리고, 수평을 이룬 바다는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과 어울려 거대한 수채화 한 폭이 된다.
경남 창원시 남쪽 끝자락에 작은 섬 하나가 숨어 있다. ‘저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창원시 저도는 ‘콰이강의 다리’와 해변의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숨어있는 섬이 아니라 찾아가는 섬이 됐다.

저도는 행정구역상 창원시에 속하지만 옛 마산시내에서도 자동차로 30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의 섬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달려가니 창원시 마포합천구 구산면에 닿는다. 삼면이 바다에 접한 산세가 거북 모양과 같다해 지명을 구산면(龜山面)이라 했다.

진해만으로 돌출한 구산반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려가니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는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소박한 바다풍경이 봄 바다를 찾아 나선 도시인들을 포근하게 맞아준다. 사진에서 보았던 ‘콰이강의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도연육교주차장에서 바라보니 저도를 잇는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서 있다. 육지와 저도를 잇는 연육교가 건설된 것은 1987년이다. 길이 170m, 폭 3m, 높이 13.5m의 철제구조로 지어졌다. 그 후 2004년 새로운 연륙교가 건설되면서 기존의 철제 연육교는 보행전용 교량이 됐다.

사람들만 이용하던 옛 연육교는 2017년 교량 상판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특수 제작된 강화유리를 깔았다. 바닥 가운데를 80m 길이의 강화유리로 마감해 13.5m 아래 바다풍경을 직접 볼 수 있는 ‘바다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가 조성된 것이다.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교량 상판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특수 제작된 강화유리를 깔아놓아 13.5m 아래 바다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다리 이름도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따왔다. 다리 모양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 계곡에 건설한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철교와 닮아서다. ‘콰이강의 다리’ 옆으로 아치형 신 연육교가 지난다. 빨강색 ‘콰이강의 다리’와 흰색의 신 연육교가 모양과 색상에서 대비를 이룬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리 위를 걷고 있으니 마치 바다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야간에는 LED 조명이 빛을 발하여 신비로운 은하수 길이 연출된단다. 푸른 바다와 산봉우리들이 어울려 매력을 더해준다.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 저도로 들어선다. 섬의 형상이 돼지가 누워있는 것 같아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도(猪島)라 했다. 저도는 면적 2.2㎢에 9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해안선 길이라고 해봐야 10㎞에 불과하다.

저도로 들어선 우리는 왼쪽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구산반도와 저도로 둘러싸인 바다는 잔잔한 호수 같다. 호수 같은 바다 너머로 멀리 거제도의 산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솟아있다. 길을 걷다보면 작은 포구를 만나고, 작은 배들이 정박돼 있는 포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저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하포마을도 봄을 맞아 기지개를 펴고 있다. 포구를 이루고 있는 하포마을을 지나자 도로는 끝나고 해변 산자락길이 이어진다.

길은 해변 숲길로 이어지지만 썰물 때면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마침 물이 빠져 있는 시간대라 해안 바윗길을 따라 걷는다. 잔잔한 바다는 내 마음을 잔잔하고 평화롭게 해준다. 이토록 잔잔한 바다도 폭풍우가 몰아치면 성난 파도로 돌변한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어도 바다 속은 고요하고 잔잔하다. 사람마음도 바다와 같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은 잔잔한데,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따라 시시때때로 기분이 요동을 치니 말이다. 바다는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끌려 다니지 말고 가슴 속 깊이 간직된 고요한 마음을 바라보라 한다.
구산반도와 저도로 둘러싸인 바다는 잔잔한 호수 같고, 호수 같은 바다 너머로 멀리 거제도의 산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솟아있다.

구산반도 최남단과 마주보고 있는 제1전망대에 닿는다.

제1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거제도 쪽 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거제도와 창원시 사이에서 익곡만을 이루고 있는 진해만이 넓게 펼쳐진다. 진해만 너머로 다가오는 거제도의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남서쪽 바다 너머로는 통영 땅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제1전망대를 지나면 다시 숲길이다. 숲길을 걷다보면 다시 푸른 바다와 거제도를 비롯한 주변의 섬들이 가슴에 안겨온다. 바다 위에는 곳곳에 고기잡이배들이 있고, 가까운 바다에는 양식장을 알리는 부표들이 떠 있다.

지난한 세월 동안 파도에 씻기고 씻긴 바위들은 여전히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이런 풍경을 즐기며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전망대를 만들어놓았다. 제2전망대를 지나자 해변으로 길게 데크길이 이어진다. 여기에 ‘바다구경길’이라는 이름도 붙여놓았다. ‘바다구경길’이라는 이름 그대로 푸른 바다와 거제도, 통영에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한다.
저도 해변 모습, 바닷길은 바닷물과 맞닿은 해변을 걸을 때 가장 기분 좋다.

한동안 바다와 약간 떨어진 숲길을 걷다가 ‘제3바다구경길’이라 표시된 해변으로 내려선다. 주변 바다에는 자연산 미역이 많아 물이 빠진 해변 여기저기에 미역이 널려있다. 이런 미역을 주워 돌 위에 말려놓기도 했다. 물 빠진 자갈밭에서 조개를 잡는 여인들의 모습이 정겹다. 우리는 바다를 벗 삼아 천천히 걷는다. 바닷길은 바닷물과 맞닿은 해변을 걸을 때 가장 기분 좋다. 바다와 함께 걷고 있으니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순박해진다.

바다와 함께 했던 시간을 뒤로 돌리고, 산비탈로 오르기 시작한다. 비탈길은 생각보다 가팔라 숨을 헐떡거린다. 능선에 있는 고개에 도착하자 저도 최고봉인 용두산과 곧바로 ‘콰이강의 다리’로 하산하는 길이 갈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고개에서 300m 정도를 오르자 정상이다.

용두산(203m) 정상에서는 ‘콰이강의 다리’와 새로 놓인 저도연육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려보인다. 다리 건너 내륙은 구산반도다.

검푸른 바다는 하얗고 빨간 다리와 어울리고, 수평을 이룬 바다는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과 어울려 거대한 수채화 한 폭이 된다. 구산반도와 저도에 포근하게 감싸인 바다에도 쇠섬, 자라섬과 긴섬, 곰섬 같은 작은 섬들이 고막껍질을 업어놓은 듯이 자리하고 있어 아기자기하다.
해변에 데크를 깔아놓은 ‘바다구경길’은 이름 그대로 푸른 바다와 거제도, 통영에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한다.

용두산에서 오던 길로 되돌아 고개까지 내려와 ‘콰이강의 다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숲속에서 조용히 꽃을 피운 진달래가 수줍은 듯 배웅을 한다. 산길을 벗어나니 밭에 핀 매화가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저도의 봄은 이렇게 무르익고 있다.


※여행 쪽지

▶‘저도 비치로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최남단에 있는 저도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길이다.
▶코스 : 저도연육교 공영주차장→‘콰이강의 다리’→하포마을→제1, 2전망대→바다구경길→용두산 정상 갈림길→용두산 정상→저도 연육교 공영주차장(8.5㎞/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주소 : 저도연육교 공영주차장(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 1872-60)
▶저도에는 몇 군데 횟집이 있다. 고기고횟집(055-247-7793)에서는 회와 물회 회덧밥을, 수국정(055-221-2263)에서는 회와 돌장어구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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