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화요일)
홈 >> 오피니언 > 남성숙칼럼

함께 손 잡으면, 길이 된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4.24. 18:30
기자가 된 후, 가장 감동한 역사현장은 1989년 8월23일이다. TV외신을 통해 200만명이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하루종일 노래 부르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1939년 8월23일, 히틀러와 스탈린은 비밀 협약을 맺는다. 사이좋게 동부유럽을 나누어 갖자는 협약이었다. 이로 인해 발트국 세 나라는 소련에 합병된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 세 나라의 운명은 참 기구했다.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민족의 운명.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이들은 중세 이후 독일의 지배를 받아왔고, 스웨덴, 폴란드, 덴마트 등의 각축장이었으며 20세기에는 강제로 소비에트연방이 되었다.

그러나 이 발트3국은 기적을 만든다. 독일과 러시아가 비밀협약을 맺었던 날로부터 딱 50년 후인 1989년 8월23일, 남쪽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서부터 시작하여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에스토니아 탈린에 이르는 620㎞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기나긴 인간사슬을 만든다. 어린이나 어른, 나이 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전 세계의 이목이 여기에 집중되었고, 마침내 소련은 그들의 독립을 허용하기에 이른다. 노래하는 민족의 무혈혁명이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발트 3국이 수십년간 염원해온 독립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사건은 ‘민간인의 용기 있는 독립투쟁’의 역사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모으면서 인간이 만든 띠 중 가장 긴, 이른바 ‘발트의 띠(발트의 길)’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무장폭력과 전쟁이 수반되는 다른 나라들의 독립투쟁과는 달리 발트3국은 전쟁이나 폭력 없이 전 세계에 전무후무한 평화로운 절차를 통해 독립을 쟁취했다. 훗날 세인들은 이 일을 일컬어 ‘노래하는 혁명’이라고 평한다.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발트3국은 도시간 거리가 상당하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끝도 없이 숲과 평야가 펼쳐진다. 그런 숲과 평야 한 가운데까지 사람들이 손을 잡고 서야 했다. 게다가 1989년엔 승용차를 가진 국민이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정시에 약속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주최 측은 600㎞에 이르는 거리를 50년을 상징해 50구획으로 나누었다. 마침내 2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계획대로 세 나라를 잇는 도로 위에 빽빽이 들어찼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저녁 7시에 펼쳐졌다. 7시가 되자, 그곳에 모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15분 동안 함께 손을 맞잡았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라이스베스(laisves)’, 라트비아 사람들은 ‘브리비바(briviba)’,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비바두스(vabadus)’라고 외쳤다. ‘자유!’ 600㎞에 걸쳐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자유’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동시에 각 마을과 도시의 성당에서는 그 시각에 맞춰 종소리를 울려댔다.

Human Chain. 서로 손을 맞잡고 옆으로 긴 행렬을 짓는 집단행동, 인간띠운동은 역사상 큰 힘을 발휘했다. 1983년 영국 버크셔에서는 미국이 서독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항의해 8만명이 인간띠를 이뤘다. 1997년에는 프랑스 빠리에서 평화를 촉구하는 40만명이 36㎞ 빠리시를 둘러 쌌다. 1999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동티모르의 폭력 종식 촉구를 외치며 30만명이 20㎞를 손잡았고, 2008년 9월1일에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무력침공에 항의하며 1백만명이 인간띠를 이뤘다.

아, 자유! 아, 통일!

4월27일, 우리도 발트해 3국 민(民)주도 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아 ‘DMZ 평화 인간띠잇기’ 행사를 대한민국 비무장지대에서 개최한다. DMZ는 휴전협정에 의해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 구역이 지정되어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곳이다. 강화도에서 고성까지 DMZ 평화누리길 500㎞ 구간에 1m 간격으로 50만명이 손에 손을 잡는다. 남북 평화 통일을 향한 한국인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 여론을 얻고자 시민단체들이 기획한 것이다.

우리의 인간띠도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고통을 이 날 전 세계인이 알아주길 바란다. 발트 3국의 독립은 몸으로 이루어낸 평화혁명이었다면, 우리 인간띠도 ‘세계를 향한 평화메시지’로 기억되길 바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 손잡기 행사는 뉴욕에서도 열린다. 4·27 민(民)+평화손잡기뉴욕추진위원회는 27일 오후1시 맨해튼 함마슐드 광장에서 ‘4·27 민(民)+평화손잡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남북 유엔대표부를 둘러싼다는 계획이다. 한국 노래인 ‘우리의 소원’과 ‘아리랑’ ‘고향의 봄’도 부를 예정이다. 뉴욕추진위는 현재 남북 양측 대표부와 연락 중에 있으며, 행사에서 꽃과 현장 참가자들의 평화 통일 메세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평양에서도 이 운동이 일어나 남과 북 500만명 인간띠가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인간띠 행사는 동서를 잇는 것인데, 이 인간띠가 서울과 평양의 남북을 잇는 인간띠로 완성된다면 세계가 감동할 것이다. 100년 전,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민(民)들이 태극기를 들었다면, 2019년에는 한민족의 민(民)들이 하늘색 티셔츠로 통일해, 한반도기를 들고, 평화만세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4월27일 2시27분, DMZ에 가지 못한 광주시민 전남도민도 주변 분들과 손을 잡고 ‘평화손잡기’에 동참, ‘통일마음’을 보태기 바란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