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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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진천 초롱길
농다리의 예스러움과 초평저수지 절경의 만남

  • 입력날짜 : 2019. 05.07. 18:17
국내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인 진천 농다리는 돌을 쌓아서 만든 다리로, 거대한 지네처럼 생겼다해 ‘자네다리’라고도 한다.
지구상에 다리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짜임새 있는 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삼국시대로 알려진다. 삼국시대에 와서 돌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돌 판을 얹어 만든 돌다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돌다리와 함께 마을 단위로 소박하게 만들어진 다리들도 있었다. 1년용으로 만들었던 섶다리가 그중 하나다. 나무와 흙으로 만든 섶다리와 대조적으로 수많은 돌을 쌓아 만든 농다리가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인 농다리가 그것이다. 고려 초에 축조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진천 농다리는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든 다리로, 거대한 지네처럼 생겼다해 ‘자네다리’라고도 한다.

농다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농다리로 달려간다. 농다리는 폭 3.6m, 높이 1.2m에 이르는 길쭉한 돌무더기 28개로 이뤄진 다리다. 돌무더기 사이는 80㎝ 쯤 떨어져 그 사이로 물이 흘러간다. 돌무더기 사이에는 중앙에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놓아 건너뛰지 않고 자연스럽게 건너가도록 했다. 28칸에 이르는 다리는 길이가 93.6m에 달한다.

농다리는 돌의 뿌리가 서로 물려지도록 쌓았으며 석회 같은 접착제를 쓰지 않고 돌만으로 쌓았다.
두타산 7부 능선에 자리잡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초평저수지는 한반도지형을 닮아 신비한 풍경을 연출한다.

큰 돌 사이 빈틈에 작은 돌을 단단하게 끼워 넣었고, 폭과 두께가 상단으로 갈수록 좁게 만들어 물의 영향을 덜 받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농다리는 장마 때에도 유실되지 않고 천년 세월을 견디며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농다리를 건너는데 각기 크기가 다른 돌들이 투박하면서도 빈틈없이 짜맞춰져 있다. 별다른 느낌없이 그냥 지나가는 시멘트다리와는 달리 농다리를 건널 때는 정감이 넘친다. 발아래로 흐르는 물과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다정한 형제자매처럼 느껴진다. 농다리가 새잎을 낸 연두색 신록들과 어울리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농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나 할 것 없이 평화롭고 천진난만하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분주한 모습과 여유로운 농다리 풍경이 사뭇 대조적이다. 농다리를 지난 세금천 물줄기는 산자락을 굽이돌아 초평저수지로 흘러든다. 농다리에서 초평저수지로 이어지는 초롱길은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운치 있는 길이다. 농다리의 예스러움과 초평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산봉우리들은 반영이 돼 호수위에 같은 모양의 봉우리를 만들어 대칭모양의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낚시하는 작은 배 한 척이 추가돼 한국화 한 폭이 된다.

농다리를 등 뒤에 두고 언덕길을 오른다.

성황당이 있는 용고개를 100m 앞두고 농암정 방향으로 산길을 오른다. 200m 쯤 산길을 오르니 농암정이라는 편액이 붙은 2층 정자가 우뚝 서 있다. 정자에 오르자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초평저수지가 정답게 내려보인다. 붕긋붕긋 솟은 작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호수는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두타산을 비롯해 진천의 여러 산들도 병풍처럼 펼쳐져 호수풍경을 더욱 깊게 해준다.

농암정에서 내려와 호반에 데크로 만들어놓은 부채꼴의 야외음악당으로 향한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는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펼쳐지는 음악회는 상상만 해도 멋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좁고 길게 펼쳐져 강 같은 느낌을 준다.

잔잔한 호수에 산봉우리들이 조용히 자신의 몸체를 내려놓았다. 반영이 호수위에 같은 모양의 봉우리를 만들어 대칭모양의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낚시하는 작은 배 한 척이 추가돼 한국화 한 폭이 된다. 초평저수지에 설치된 하얀색 하늘다리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손짓을 한다. 텅 빈 야외음악당 객석에 앉아 있으니 새들이 숲속에서 연주를 해준다.

야외음악당 왼쪽으로 호반을 따라 데크길이 이어진다. 초평저수지와 농다리의 첫 자를 따서 ‘초롱길’이라 부르는 길이다. 길 위로 막 잎을 피운 연두색 신록이 어린아이처럼 예쁘다. 이맘 때 보는 신록은 어떤 화려한 꽃보다, 어느 우아한 단풍보다 예쁘다. 예쁜 연둣빛 신록에는 신비롭고 강인한 생명력이 스며있다.
길이 93m에 이르는 흔들다리인 하얀색 하늘다리가 푸른 호수 위에서 돋보인다.

어디선가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소리가 잔잔한 호수로 퍼져나가면서 초평저수지는 서정적인 풍경이 된다. 젊은 여인이 전통 남미 악기인 팬 플롯을 연주하고 있다. 팬 플롯이 내는 애절한 곡조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다정하게 초롱길을 걷고 있는 연인들이 더욱 예뻐 보인다.

호수에 취하고 신록에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팬 플롯의 느린 곡조에 맞춰진다. 이런 길은 가슴을 열고 천천히 걸을 일이다. 하늘다리가 가까워졌다. 길이 93m에 이르는 흔들다리인 하얀색 하늘다리가 푸른 호수 위에서 돋보인다.

하늘다리를 건너니 진천군청소년수련원이 자리하고 있다. 길은 역시 호반으로 이어진다.

하늘다리를 지나서 만난 오솔길은 짧지만 매력적인 길이다. 포근한 흙길을 밟으며 걷다보면 호수 쪽으로 고개를 쭉 내민 바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잠시 포근한 흙길을 걷고 나니 진천청소년수련원으로 통하는 1차선 포장도로가 나온다. 초롱길은 데크를 깔아 찻길과 구분을 해놓았다. 초롱길 옆으로 찻길이 있지만 차량통행은 거의 없다. 바로 아래로는 초평저수지가 출렁인다. 호수 가운데에는 작은 섬도 있어 풍경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붕어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수상가옥 형태의 낚시터가 많다. 초평저수지는 중부권 최대의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에는 붕어에 양념을 얹어 통째로 쪄서 먹는 붕어찜 전문식당들이 많다.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붕어마을에서는 매년 10월 붕어찜축제도 연다.

붕어마을에서 걷기를 마치고 차량으로 한반도지형전망대로 향한다. 2017년 설치된 14.5m 높이의 탑 모양의 전망대를 나선형 계단을 따라 빙빙 돌아 올라간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산자락을 따라 S자 모양을 하고 있는 초평저수지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한반도지형이다. 붕어마을 앞쪽 초평저수지로 머리를 내민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 한반도모양의 지형은 위쪽으로 중국대륙과 비슷한 모양의 산줄기가 펼쳐지고, 한반도지형 아래쪽에 섬이 하나 떠 있어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신비로운 풍경이다. 호수와 신록의 어울림 또한 싱그럽다.

※여행쪽지

▶진천 초롱길은 옛 다리인 농다리와 초평저수지 수변을 따라 걷는 길로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운치 있는 길이다.
▶코스 : 농다리→성황당→야외음악당→하늘다리→초평호전망대→붕어마을(5㎞/2시간 소요). 붕어마을에서 한반도지형전망대까지 편도 2.5㎞(대형차는 통행 불가)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진천 농다리주차장(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130)
▶충북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붕어마을에는 붕어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20여 곳 있다. 송애집(043-532-6228), 청미르맛집(010-9408-351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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