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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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족이라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5.08. 18:23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 하면 떠오르는 단어, 사랑 행복 나눔 감사 애증….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그 반대의 단어, 미움 증오 폭력 불행 등이 떠오른 사람들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의 달에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다. 얼마전 목포의 12살 중학생의 죽음은 ‘이런 가족도 있구나’ 되돌아보게 된다. 친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의붓아버지와 살게 된 이 중학생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린 사실이 알려져 살해됐다. 의붓아버지는 친모와 함께 의붓딸의 시신을 저수지에 버렸다. 그는 자신을 성범죄자로 신고한 의붓딸에게 복수하고자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법원이 증거 부족 등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친모 유씨는 왜 살해현장에 함께 있으면서 딸을 살해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을까. 딸 시신을 버리려 집 밖으로 나간 남편을 왜 신고하지 않았을까. 진정 가족이라면….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일요일, 네 살 두 살배기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된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빚에 시달리던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한 자녀들. 경기도 시흥 일가족 자살은 34세 된 남편과 35세 된 아내, 4살 아들, 2살 딸을 각각 꼭 끌어안고 의자에 앉은 채로 사망했다. 아내는 석 달 전, 남편은 한 달 전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7000만원의 빚이 있었다. 이 경우,부모는 자살이지만 자녀 둘은 타살이라고 봐야 한다. 아이를 부모가 살해한 것이다. 아이들 경우 부모에게 같이 자살하겠다고 동의를 했을 리 없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부모의 죽음에 자식을 동반시키는 것….

그런가하면 지난 4월, 23살 된 딸이 사귀는 30세 남자친구가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에 대구에서는 10년간 정신질환을 앓던 40대가 부모를 모두 살해한 사건. 10여 년 동안 치매를 앓던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다 견디다 못해 노모를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들….

공식 통계에서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은 지난해 30명을 비롯해 2016년부터 매해 30명 선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아동이 한달에 3명꼴로 학대에 의해 숨진다는 ‘끔찍한’ 수치조차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진 못한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에 걸려온 가정폭력 상담 전화는 18만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지만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 16만4천20명 가운데 구속된 이는 겨우 1% 남짓이다. 가정폭력의 그 심각성이 아직까지 부부사이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고 범죄시되지 않은 사회적분위기와 낮은 처벌 수위가 문제이다.

또한 가정폭력의 이면에는 신체적으로 가해지는 보여 지는 폭력보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형태로 나타나는 가정폭력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법에서는 일단 보여지는 피해위주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만 하는 성폭력사건과 같은 아이러니가 가정폭력에도 존재하고 있다.

반인륜적 범죄인 존속살해는 개인·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62명으로 2017년(39명)에 비해 59% 급증했다. 이 중 구속된 이들 역시 지난해 52명으로 전년도(36명)에 비해 44.4% 늘었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지만 주요 국가에 비해 존속 대상 범죄율이 높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는 전체 살해사건에서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인 반면 한국은 약 6% 전후다. 지난 2017년에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 825건 중 존속살해는 48건으로 5.8%를 차지했다. 살인뿐 아니라 상해, 폭행, 체포·감금, 협박 등 존속 대상 폭력범죄도 매년 2천건 가량이 발생한다. 범행 동기로는 가해자의 정신이상이나 피해자의 학대 모욕, 가정불화, 물질적 욕구, 음주 등이 꼽힌다.

존속살해와 같은 패륜범죄가 많아진다는 건 가정과 사회가 개인에게 안식처나 안전망이 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4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한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책에는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개선’ 등 특히 보완 개선이 시급한 영역에 대한 주요 과제들이 포함되었다. 늦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안전 및 자립지원을 위한 가정폭력방지 대책들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유지, 임치조치로 가해자 상담 신설 등의 정책은 가정폭력을 상담을 통한 성행교정이 가능한 행위로 접근하고 있어 결국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안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범죄이며 사회문제다. 가족의 이름으로 일상화되고 정당화 될 수 있는 폭력은 없다. 정부가 충분한 검토를 통해 가정폭력방지를 위한 세부계획을 촘촘히 수립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오죽했으면 살인자 아버지를 ‘차라리 사형시켜달라’는 딸들의 절규가 있겠는가. 1997년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되고 2013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공권력의 보호는 먼 얘기였다. 지금도 자녀를 위해, 경제적 이유로, 또는 보복이 두려워 말 못 하는 가정폭력이 너무 많다.

위기의 가정, 위험한 가족, 이웃공동체도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때다. 작은 불씨를 막지 못해 큰 사건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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