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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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디자이너와 로컬 경제
최형천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경영학 박사

  • 입력날짜 : 2019. 05.19. 19:16
나를 포함한 우리재단 직원들의 명함엔 ‘로컬 디자이너(Local Designer)’란 직함이 새겨져 있다.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묻고 흥미로워한다. 로컬 디자이너란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재단 직원들이 스스로 자임한 새로운 미션이다. 다가올 지방분권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지역민으로서 자세이고 의연한 각오의 표현이다. 로컬 디자이너는 주체적으로 지역발전의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인재로 지역을 바꾸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또한 스스로 지역 현장에 뛰어들어 지역민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천형 지역인재이다.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지방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쟁대상이 아니었다. 지방은 일자리도 없지만 사람도 없어 이제는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수탈당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이웃 일본을 보면 나홀로 발전하던 도쿄가 심상치 않다. 젊은이들을 저임금으로 쓰고 버리는 불임도시가 되어버린 도쿄에 식상하여 지방으로 귀향, 귀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가격 상승을 보면 젊은이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불모의 도시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의식 있는 젊은이들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지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지방을 찾는 젊은이들을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바로 ‘매력 있는 로컬’이 되는 것이다. 매력 있는 로컬에는 사람이 모인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방법으로 지역을 더 매력 있게 만들어간다. 매력 있는 마을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지역의 매력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 이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커뮤니티에서 비롯된다. 홍대 거리, 가로수 길, 경리단 길이 좋은 사례이다. 결국, 지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역민 스스로가 매력 있는 고향을 만드는 로컬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일하며 지역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로컬 디자이너의 대열에 참여하고 지역의 시민운동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도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도시를 번영 시킨다’는 주장을 한다. 지역의 미래는 로컬 디자이너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로컬 경제는 로컬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와 로컬 경제는 다르다. 지방분권 자치시대에 걸맞은 로컬 경제(지방경제, 지역단위경제)의 해법이 나와야 한다. 대도시인 서울이나 도쿄의 경제와는 달라야 한다. 로컬 경제란 지역의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로컬 푸드, 로컬 에너지, 로컬 상품, 로컬 화폐, 로컬 은행 등 모든 것이 지역으로 환원되고 재투자되는 경제이다. 또한 농촌을 내포하고 있는 로컬은 생태문명 생존의 교두보라 할 수 있다. 생태 신학자는 존 B. 캅 주니어는 인간의 문명이 사실은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심각하게 진단한다. 그는 산업문명을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 해답이며, 그 방법으로 지역단위경제로의 급진적 전환을 제안한 바 있다. 로컬경제가 현대 문명의 위기에 대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로컬 경제는 ‘규모의 경제’보다 ‘밀도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업이 경쟁력 있는 주요 산업이 될 수 있다. 공공 서비스 즉 의료, 간호, 보육, 사회복지서비스, 대중교통 등이 그런 직종이다. 이런 직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필요 하며 인간관계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범용적이고 평균적인 기능을 지닌 인재들에게 적합하여 지역의 인재들이 생활의 여유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될 것이다.

최근 고무적인 현상은 우리 지역에서도 수도권을 거부하는 젊은이들 증가하고 있다. 고향에 머무르면서 느슨한 경쟁 속에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밀레니엄세대들이 지역을 지키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시작이지만 지역민 모두가 지역을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로컬 디자이너로 거듭나고, 지역에 맞는 우리만의 로컬 경제를 찾아간다면 대도시가 부러울 것도, 비틀거리는 세계경제 때문에 휘청거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방이 지금은 어렵지만 그 만큼 절박하고, 절박하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할 수 있고, 이 것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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