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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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정치가 아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6.19. 18:20
직업 중에 말로 하는 직업이 있다. 정치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좋은말로 설득을 참 못한다. 최근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하루가 멀게 터지고 있는 망언 퍼레이드는 정치불신과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쏟아낸 막말들을 보면 어질어질하다. 야당의 한 의원은 브리핑을 듣기 위해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고 했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의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해 ‘골든타임은 기껏 3분’이라고 해 도마에 올랐다.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망언과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발언 등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들이 쉴새없이 터져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대담에서 ‘한센병’을 들먹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원내대표는 대구 장외집회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문빠’‘달창’이라는 비속어를 써 파문을 불렀다.

올들어 정치인에게 들은 최고의 막말은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5·18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걸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도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했다. 차명진 전의원은 세월호유족을 향해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에 이어, ‘문재인은 빨갱이’라는 글을 연달아 올리기도 했다. 세월호 막말 등으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차명진 전의원은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진아”라는 막말을 했다.

이쯤 되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회, 역사를 보는 가치관이 전도된, 정치철학의 부재, 반공주의와 냉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퇴행적 사고가 전제된, 지극히 수준 낮은 정치막말이다.

정치는 누가 뭐래도 언어를 통해 타인을 설득하고, 주장을 펼치는, 말의 예술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공격어, 혐오와 증오의 단어들을 정치적 수사로 위장해 상대의 상처를 후벼 파고, 대립과 적대를 부추기면서 시선을 받고자 한다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분열책동자다.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이다.

왜 유독 올 상반기에 막말이 많았는가. 정치학자들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계산된 막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선거만 다가오면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쏠쏠한 정치적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인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지도 상승효과로 이어진다. 지역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막말 당사자들이 노리는 것처럼 정치공학과 맞물려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국민의 정치의식이 낮고, 지역감정 이란 게 춤을 출 때는 그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정치적 막말에 대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183만명이 서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막말정치는 폭력정치 다음으로 하수정치다. 막말로 적개심을 표현하고,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면서 집단적으로 감정적 배설을 하면, 정치 갈등이 더 커지고 정치적 대화, 설득, 협상을 통한 갈등해결이 점점 어려워진다. 사실과 진실에 기반 한 대안적 비판과 논쟁을 할 수 없게 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황교완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한 5월 둘째 주 당 지지율은 2017년 탄핵 이후 최고(34.3%)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다음 주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지지자 혐오 발언으로 상승세가 꺾였고, 막말 논란에 휩싸이며 6월 첫째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20%대(29.6%)로 주저앉았다.

부탁건대, 우리 정치인에도 신념과 원칙, 철학이 담긴 말을 듣고 싶다. 그래야 감동을 주고 국민의 마음도 얻게 된다. 싸움을 하더라도 명예, 존중, 배려, 헌신 등 품격을 버려선 안 된다. 우리 정치도 품격과 절도 있는 말로 상대를 비판하고 유머까지 곁들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왜 우리 국민은 손수 뽑아준 정치인에게 욕설에 버금가는 말의 배설물을 받아먹어야 하는가. 상대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품격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들을 우리의 지도자라도 혈세를 주어야 하는가. ‘품격 없는 정치’ 때문에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국회가 한달 넘도록 장기 파행을 이어가고 정상화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품격 없는 거친 말들을 연일 쏟아내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정치력은 실종되고 막말이 난무하는 동안 한달이나 쉰 국회가 국민에게 끼친 피해액이 얼만지 아는가.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묵인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침체된 경기를 부추기고, 강원도 산불 지원 등에 쓰일 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입법 등 당장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뭘 하자는 건가.

막말로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건 시대착오 발상이다. 극소수 지지자는 당장 환호할지는 모르지만 중도층의 이탈은 두배 세배가 된다. 관심을 끌기 위해 상대 깎아내리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너무 수준낮은 정치술책이다.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라. 국회 내에서 싸우고, 국회 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정석이다. 국민도 이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내년 총선에서 막말정치인에 대해선 꼭 심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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