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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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의 나아갈 길
박주혜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교수

  • 입력날짜 : 2019. 06.20. 18:14
얼마 전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주최의 학술포럼이 개최됐다. ‘배우자의 가해자교정 치료프로그램 이수에 대한 피해자의 경험연구’를 주제로 한 이 학술포럼에는 전국에 있는 가정폭력상담소 시설장들이 참석하였고, 필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동안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측정할 때 가해자의 변화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연구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자의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해자-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서 가해자-피해자 간의 관계적 이해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본 점에 의의가 있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와의 분리나 처벌보다는 가해자의 반성과 폭력의 중단,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은 현장에서 상담할 때에도 늘 마주했던 현상이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가해자와 함께 살면서도 대등한 힘을 가지고 싸울 수 있을 만큼 피해자의 힘을 키우고, 위기 시에 대처기술을 습득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강력한 처벌과 분리를 요구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기르는 것에 상담의 초점이 맞춰져야하는 것이지 가족체계 내에서 가해자와 어떻게 의사소통을 잘 할 것인가, 어떻게 가족체계를 깨지 않고 기능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관점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학술포럼 토론자로 온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가정폭력사건이 여가부, 법무부로 이원화되어있는 것도 문제이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처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늘 딜레마라고 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이럴 때 경찰이나 가정폭력상담소,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이 판단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이해하나, 피해자의 안전과 생명보호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므로 귀가조치 시에 반드시 체크해야할 사항들을 체크하고 귀가조치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으로 학대로부터 보호 중인 아동의 귀가조치 권한은 지자체장만 갖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호조치 중인 아동의 보호자가 관할 시·도지사 등 지차제장에게 가정 복귀를 신청하면 지자체장은 아동복지시설장의 의견을 들은 뒤 복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보호대상 아동 부모의 압력 행사로부터 아동복지시설의 장을 보호하는 한편 보호대상 아동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발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때 관련 기관에서는 피해자 및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충분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해자와의 분리나 처벌보다는 가해자의 반성과 폭력의 중단,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의 경우 자신의 잘못은 축소, 합리화, 변명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피해자와의 재결합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관련 기관에서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과 이들에 대한 생명과 안전 보호 두 가지 차원을 충분히 고려하여 귀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 당하여 친부에게로 갔다가 친모가 보는 앞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여중생 사건을 보면서 너무 큰 자괴감이 느껴졌었다. 그 사건은 전남지역에서 발생했고, 아동은 계속해서 도와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결국 그 아동을 아무도 구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이 사건의 경우 친부와 의붓아버지 모두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아동을 그들로부터 분리시켜야하는데 아동은 친부와 의붓아버지의 집을 오가다가 결국 의붓아버지의 보복으로 살해당했으니 이 사건은 전적으로 어른들과 아동보호시스템 모두의 잘못에 기인한다고 본다.

놀라운 건 정부에서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치료프로그램이 효과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올해부터 예산을 삭감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가정폭력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학교폭력이나 다른 폭력들도 결국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치료프로그램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인력과 예산을 투자하고, 피해자가 귀가 시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 회복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적극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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