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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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정적과의 대화·조정·타협에 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7.17. 19:05
2019년 상반기 한국정치는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비난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국민은 이런 정치상황을 비판했다. 의식해서인지 18일 오늘 청와대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간 회동이 열린다.

오랜만에 보는 대화의 정치다. 이 시점에서 당면한 현실인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초당적이고 전 국민적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정치인들이 해야할 마땅한 일이다.

여야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 외에도 회동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고 보다 열린 태도로 다른 현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나서 국정 전반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길 바란다. 공직선거법 개정, 검경수사권 조정,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국민이 바라는 정치회동이 되길 바란다.

박정희 정권 하 야당 내에서 윤진산이란 정치인은, 윤보선, 김영삼, 김대중의 ‘선명야당’에 대조되는, 중도통합론(여당과의 막후협상 통한 정치)을 주장하며, ‘정치란 정적과의 대화, 조정, 타협에 있다’는 말로 그는 자신의 정치관을 보여준 적이 있다.

김대중전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0년 한 해 동안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청와대에서 세 번 단독 회동을 했다. 6월17일에 6·15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기 위해, 6월24일에는 의사들이 파업하는 ‘의료대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회동했다. 10월9일 회동에서는 경제·남북문제 등 시급한 국정현안 해결을 위해 공동협력하고 영수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상생과 대화 정치 복원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협치(協治)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일본 정부의 대 한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더해져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한 현실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여야 간 상생의 대화가 긴요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5당 대표들이 18일 만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된다. 집에 불이 났는데 엄마 아빠가 뭔가 대책을 강구해주어야 자식들이 안심을 할 것 아닌가.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갈 정치적 묘안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핵심 의제는 일본 수출규제지만 각종 국정 현안도 허심탄회 논의하게 바란다.

이런 만남의 타협 정치가 국회에도 뻗쳐 여야 5당 원내대표들도 국회의장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일사분란한 행동함으로써 국익을 챙겼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정치인들이 먼저 정치·관료·재계 등을 자주 만나 국민이 하나 돼 난국을 풀어갔으면 한다. 나랏일 내팽개치고 쌈박질만 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이 한여름에는 국회가 국익을 위해 한 목소리 내는 모습을 보여달라.

여야는 여러 현안 중에서도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비롯한 개혁법안, 경제민생 살리기 등도 협치해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 법안,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 처리도 협치하라. 서로 낮은 자세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국민으로부터 박수받는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깜짝 회동을 해서 판문점 회동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민생경제, 남북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파격을 보일 때다. 그래야만 정치 협치도 복원되고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질 것이다. 부디 생산적인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귀를 열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자세로 임해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혜안,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 정말 이럴 때 필요한 게 타협정치, 협치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작금의 문제에 대해 야당이 여당과 정부를 몰아붙이고 책임자 처벌에 열을 올린다면 대화가 어려워진다. 작금의 문제에 대해 여당과 정부 역시 일방적인 설득과 도움을 요구한다면 타협하기 어려워진다. 장단점을 파악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전략을 도출해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정쟁만 있고 정치가 없는 ‘정치 실종’에 염증을 내고 있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한국정치의 복원, 상생국회로 거듭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 대표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본의 경제적 공세 앞에서 위협을 느끼는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국처럼 개인 욕심을 벗어나 냉철하게 현안접근을 하고 기존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협치와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모습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대한다. 문대통령은 남북미 만남을 통해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기존의 외교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우리 청와대, 우리 국회에서도 세계가 놀랄만한 타협의 정치, 협치(協治) 모델이 나오길 바란다. ‘웃으며 대화하는 한국정치’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정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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