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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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자치의 촛불을 들고
이계양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前 광주 YMCA 이사장

  • 입력날짜 : 2019. 08.25. 18:02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본시 공동체를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또 가족이나 이웃 나아가 지역, 사회 속에서 씨줄, 날줄로 이합집산과 결합 연대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 본시의 공동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아니 공동체의 멸종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현 정부는 ‘문재인표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년 동안 매년 10조씩 총50조를 들여 500곳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지금 그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궤멸 현상을 반증하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재생(再生) 사업을 해야 할 만큼 공동체의 생존이 절박하다는 표지니까.

이 도시(마을) 재생(다시 만들기) 문제는 이미 1990년대부터 YMCA를 통해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이전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해체되어 가고 있는 마을의 공동체성을 되살려 보자는 움직임이 근 3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제 이 문제는 국책사업이 되어 50조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로 발전(?)했다. 물론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몇 억도 아니고 50조라니. 돈을 많이 들이면 마을이 그냥 살아나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돈이 부족하여 공동체성이 점점 사멸해 가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많은 사업비 때문에 공동체가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현장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마을 살리기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톺아보게 된다.

우린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 광화문, 광주 5·18민주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무려 6개월, 23차에 걸쳐 추위에 떨며 희망촛불을 든 1천700만 촛불을 기억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외치면서 촛불을 들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마음으로 참여, 연대하여 낡은 체제를 탄핵했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였다. 당시엔 우리 모두가 주인이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촛불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른바 광장 공동체가 이룬 화려한 축제였다고 본다.

여기에서 우린 ‘이게 마을이냐’, 마을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질문 앞에 직면한다. 죽어가고 있는 마을을 살리는 과정의 중심엔 마을 주민이 스스로 참여해야만 한다는 것을 환기하게 된다. 나라를 살리는 중심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광장에 모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스스로 책무감을 가지고 나섰을 때 새로운 나라를 만들 동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는 중심이 마을 주민이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을 회관과 골목에 모여 마을다운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책무감을 가지고 촛불을 들고 나설 때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만들 힘을 가지게 되리라고 본다. 말하자면 주민들의 자치(自治) 참여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괭이촛불, 호미촛불, 낫촛불, 책촛불, 음식촛불, 음료촛불을 들고 회관과 골목에 모여서 마을다운 마을이 이루어질 때까지 추위에 떨며 주민으로서의 책무감에 충실해야 하리라.

거기에 행정기관은 법과 제도와 재정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지원해 준다면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시민단체나 학계의 전문가들이 주민자치 현장과 행정기관의 경계에서 방법과 절차 그리고 디자인에까지 함께 참여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길잡이 노릇을 한다면 금상첨화가 되어 마을 자치, 주민 자치 공동체가 살아나지 않을까.

다시 질문하게 된다. ‘이게 마을이냐’

마을다운 마을을 이루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자치의 촛불을 들고 골목에 모여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마을을 살리는 것이 인도를 살리는 것이다’는 말씀이 귓전을 울린다. 골목에 자치의 촛불을 들고 내(우리) 마을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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