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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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견문 속의 국민권리
박돈희
전남대 명예교수회 회장

  • 입력날짜 : 2019. 10.21. 18:55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애국심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다.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단호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강한 자긍심을 느꼈다. 시월은 민심이 어떠하다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달이었다. 서초동도 그랬고 광화문도 그랬다. 국민 한분 한분이 그랬다. 우리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 가는 과정을 겪는 산통(産痛)이 분명했다. 혹자는 이럴 때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통이라고 한다. 필자는 정년을 한 후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교수시절보다 여유가 생겼다. 사회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더욱 잘 이해가 된다. 대학시절 선배들이 권유한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사’와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책에 심취해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면서 토론의 시간을 가져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해법을 찾는 것은 탁상논리가 아니고 현실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오류가 적음을 이제야 알게 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숭실대 안병욱 교수가 광주에 오셔서 무등산을 산책하던 때다. 그는 필자에게 유길준의 서유견문록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제야 시간을 내어 그 책을 읽게 됐다. 유길준이 서유견문을 쓴지 올해가 153년이 지나고 있다. 그 서유견문 속 국민의 권리를 보면서 필자는 감탄을 넘어 진리의 고전을 읽는 듯했다. 유길준이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거기에 있었다.

유길준은 일본과 미국에 간 최초의 유학생이다. 그는 1856년 지금의 서울인 한양에서 유진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6세 때 개화파인 박규수에게 가르침을 받아 해외사정에 눈을 떴다고 한다. 1881년 26세가 되던 해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갔다가 유학생활을 시작한다. 일본의 발전상을 보며 한 눈에 반하고 일본의 발전이 200년 동안 유럽과 거래하면서 부강해진 것이 아니라 30년 동안 그들의 강점을 취해 제도를 본받음으로써 부강해졌음을 알았다고 서술했다. 그 후 귀국해 1882년 조미통상조약이 체결된 뒤에 미국 L.H.Foot공사가 조선을 방문한 후 답방으로 민영익 전권대사와 함께 보빙사 일원이 돼 미국을 가게 된다. 유길준은 민영익대사와 함께 40여일 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외국박람회, 공업제조회사, 병원, 신문사, 육군사관학교 등을 시찰하고 민영익대사는 유럽을 거쳐 귀국하지만 그는 남아서 유학을 하게 된다. 1882년부터 1885년 귀국하기 전까지 경험한 내용을 집필해 고종에게 바친 것이 서유견문이다. 이 책은 일본 후쿠자와에게 부탁해 교순사(交詢社)에서 출판해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됐다.

유길준 서유견문속의 국민의 권리는 다음과 같다.

국민의 권리라고 하는 것은 자유와 통의(通義)를 말한다. 자유는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이 좋아하는 대로 따라서 하되, 생각이 굽히거나 얽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결코 자기 마음대로 방탕 하라는 취지는 아니고, 법에 어긋나게 방자한 행동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사람의 형편은 돌보지 않고 자기의 이익이나 욕심만 충족시키자는 생각도 아니다. 나라의 법률을 삼가 받들고 정직한 도리를 굳게 지니면서,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인 직분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권리다. 통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당연한 정리(正理)라고 할 수 있다. 가령 관직을 맡은 사람이 그 임무나 직책을 수행하기에 알맞은 직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정리다. 집을 소유한 자기 주인으로서 명의와 실권을 갖추어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한 정리다. 돈을 남에게 빌려 준 사람이 약속한 대로 이자를 요구하는 것이라든가 논이나 밭을 남에게 빌려준 사람이 그 수확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또한 당연한 정리다. 천만가지 사물이 당연한 이치에 따라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상경(常經)을 잃지 않고, 거기에 맞는 직분을 지켜 나아가는 것이 통의의 권리다. 통의는 인간에게 천연과 인위의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천연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이 생겨난 것이니 동요되거나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인위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로 법률을 세우고 그에 따라 나아가거나 물러나는 것이다.

서유견문은 우리 국민들에게 부강한 선진국이 되는 도리를 알게 한 교과서다. 교수라는 직업도 통리를 따라야 한다. 전문 직업을 영어로 Profession이라고 한다. 전문직은 전문직 윤리가 있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공직자윤리가 있고 의사에게 의사윤리가 있듯이 교수에게도 교수윤리가 있다. 특히 Professor라는 교수의 직업은 책무가 남달리 무겁다. 최근 우리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교수들의 행위는 대학사회에서 결코 용납이 되지 않는 행위이며 동시에 엄숙한 책무를 통찰하게 한다. 서유견문의 통의와 정리, 상경을 잃지 않는 권리를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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